[신간] 탐정도 보험이 되나요
[신간] 탐정도 보험이 되나요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3.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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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금가지)
(사진=황금가지)

전 공시생, 현 20대 고졸 비혼 여성 탐정이라는 남다른 이력을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 전일도가 ‘탐정도 보험이 되나요?’로 돌아왔다.

15일 출판사 황금가지에 따르면  가슴으로는 대사건을 해결하는 하드보일드 누아르 탐정이 되기를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열 번 의뢰하면 한 번 공짜’ 쿠폰을 건네며 생계를 이어 나가려 애쓰는 유쾌한 탐정 전일도는 이번 신작에서도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하나쯤 품고 찾아오는 ‘금쪽이’ 의뢰인들을 만난다.

15편의 단편들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일하는/일 못하는/일 못 하는/일 안 하는 의뢰인들의 사연을 통해서 현시대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조망한다.

비정규직 차별, 청년 실업, 어린이 유튜버, 은둔형 외톨이, 동성혼 등 어느 사연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어려운 주제이나, 화려한 입담과 다정한 마음을 지닌 캐릭터 전일도는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누구보다 진중하게 의뢰를 대하는 태도로 자연스럽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조선 개국시 화를 피하려고 신분을 세탁해 숨어 살며 지내다가 추노꾼으로도 활약하고 암살과 복수가 횡행하던 환란기에 제법 잘나가기도 했던, 하여간 실종된 이들을 찾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탐정 집안의 딸. 그야말로 범상치 않은 내력이지만, 전일도는 참 많은 것이 없는 인물이다.

필기시험에 영 소질이 없어 대학 진학과 공무원 시험도 일찌감치 때려치웠고, 명탐정에게 으레 동반되기 마련인 조수도 없고, 제대로 된 사무소랄 것도 없어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의뢰를 받는 데다, 당연하지만 4대 보험도 적용 못 받는다.

대단한 트릭이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시대 한국에 살아가는 탐정 전일도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아무리 사소한 사유라 하더라도 고통받는 누군가의 말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끝내 사람의 마음을 얻어 내는 끈기일 것이다.

차별에 폭발해 차를 몰고 직장으로 돌진한 비정규직 사원, ‘진짜 부모’를 찾고 싶은 어린이 먹방 유튜버,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여기는 ‘일못’ 우주 산업체 직원 등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공감되는 고민들을 홀로 떠안고 있는 다양한 의뢰인들은 결국 일도의 탐정 생활에 함께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한편 지은이 한켠은 ‘탐정 전일도 사건집’을 지었으며 ‘7맛 7작’, ‘야운하시곡’, ‘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 ‘라오상하이의 식인자들’, ‘출근은 했는데, 퇴근을 안 했대’에 단편을 수록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