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김유담 소설집 '돌보는 마음'
[신간] 김유담 소설집 '돌보는 마음'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3.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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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음사)
(사진=민음사)

김유담 소설집 '돌보는 마음'이 출간됐다.

13일 민음사에 따르면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유담 작가는 첫 소설집 '탬버린'으로 신동엽문학상을, 이듬해 '안(安)'으로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착실한 행보만큼 탄탄한 성과를 만들어 왔다.  

첫 소설집 '탬버린'과 장편소설 '이완의 자세'를 통해, 꿈을 찾아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향한 여성들의 삶과 성장통을 보여 주었던 김유담 작가는 이번 '돌보는 마음'에서는 돌봄 노동을 홀로 감내하는 각계각층의 여성에 주목한다.

타인의 ‘건강과 안녕’을 목적으로 하는 돌봄 노동을 결혼과 동시에 떠안게 된 이들은 목적만큼이나 광범위한 책임과 의무를 맞닥뜨린다. 해설에서 허윤 문학평론가가 이들이 처한 상황을 ‘돌봄 회로’라고 표현한 것처럼, 한 번 시작된 돌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의무와 노동으로 이어진다. 특히 전 세계의 건강을 위협한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위기는 돌봄 노동의 책임과 의무를 더욱 크고 무겁게 만들었다.

집, 병원, 직장 등 대도시와 지역의 일상적인 공간에 위치하는 우리 사회 ‘돌봄’ 현장 곳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돌보는 마음'은 청소년과 노년, 전업주부와 감정 노동 종사자 등 각계각층의 시선으로 돌봄의 현실과 마음을 펼쳐 보인다.

김유담 작가는 실제 존재하는 것만큼이나 표정과 말투, 은근한 뉘앙스가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 실생활의 면면과 광범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세밀하게 보여 준다.

김유담 작가는 '돌보는 마음'을 통해 애정과 절망을 오가는 이율배반적인 돌봄의 감정과 돌봄을 둘러싼 관계의 역학을 경유해, 지금 우리 사회 여러 세대, 지역, 계층의 현실과 불안을 들여다보고 사회구조적 모순까지 바라본다.

스스로를 '돌보는 사람, 그리고 쓰는 사람'이라고 작가의 말을 통해 소개한 것처럼, 김유담 작가는 ‘돌보는 마음’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기꺼이 끌어안은 ‘돌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김유담 작가에게 팬데믹은 학교와 어린이집의 폐쇄로 발생한 돌봄 공백이 고스란히 가정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을 절절히 체감한 시기였다.

이 시기를 거치며 완성된 '돌보는 마음'에는 혼란하고 기이한 사회적 분위기와 돌보는 사람의 보편적이고 내밀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유담 작가가 보여 주는 ‘돌보는 마음’에는 잔잔하고 단단한 애정과 애틋함, 희미하게 스치는 원망, 질투, 열등감, 절박함과 같은 감정들까지도 저마다의 빛을 발한다. '돌보는 마음'의 인물들은 김유담 작가가 꺼내어 준 크고 작은 감정들을 딛고 그다음의 일상을 향해 나아간다.

어떤 감정적 파고에 휘말리더라도 있는 힘껏 내일로 움직여 나아가는 김유담의 인물들은 우리 일상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김유담의 인물들이 꿈꾸는 새로운 가능성은 우리가 꿈꾸는 그것과 그리 멀지 않다.

그렇게 김유담의 소설은 현실의 삶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위로가 된다. '돌보는 마음'을 따라 도착한 저마다의 결말에서 우리가 돌아보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곁’이다. 내 곁에서 나를 보살펴 준 사람들. 나를 보살핀 손길과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그 마음의 어제와 오늘을 잠잠히 가늠해 보게 된다. 오늘도 있는 힘껏 어디론가 움직여 나아가고 있을 가장 보통의 마음을.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