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작부터 꼬인 부동산 정책의 최후
[데스크 칼럼] 시작부터 꼬인 부동산 정책의 최후
  •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 승인 2022.03.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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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후면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더불어민주당이 19대 대통령 한 번에 만족하고 20대 때 바로 정권을 넘겨주게 된 이유는 뭘까? '부동산 대선'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만큼 부동산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촛불 민심을 등에 업었던 민주당이다. 직전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정권을 잡은 민주당을 두고 정계 안팎에선 "아무리 못해도 두 번은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어쩌다가 국민에게 받아 든 촛불을 불과 5년 만에 꺼트리는 결과를 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부동산 시장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을 시작으로 부동산 정책을 본격 가동했다. 김 전 장관은 2017년 6월23일 취임식에서 부동산 과열 원인으로 '다주택자 투기'를 직접 겨냥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아직도 이번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이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문 정부는 다주택자가 사회악(惡)인 것 마냥, 집값은 절대 오르면 안 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규제를 쏟아냈다. 규제는 나올 때마다 강도가 세져 어느 시점에는 "이제 더 나올 게 없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다주택자를 적대시 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거다. 다주택자는 자고 일어나면 강해지는 규제에 힘들어했는데 정작 집값은 계속 위를 향했다.

집값을 잡지 못한 것만 두고 정책 실패를 얘기하기는 어렵다. 국내외 경제 상황과 시장 심리가 정책으로도 어쩔 수 없는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 자체가 대단히 잘못된 것도 아니다. 적정 수준에 대한 시각차가 있을 뿐이다. 주택 소비자 심리로 보면 일단 내 집은 가격이 내려가는 것보다 오르는 게 좋다. 높은 집값에 한탄하는 무주택자도 '가격이 오를 것 같은 집'을 찾는다.

그러나 문 정부와 민주당은 반드시 집값을 잡는다는 정책적 목표를 공표했고 여기에 몰두했다. 그리고 스스로 발목 잡혔다. 부동산 시장과 상견례도 하기 전에 "너는 내가 어떻게든 잡는다"는 식으로 큰소리를 쳐놨으니 정책 방향성과 효과가 의심되는 순간에도 브레이크를 밟지도 핸들을 돌리지도 못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문 정부 요직을 맡으려던 인사들이 '다주택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줄줄이 낙마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꽉 막힌 부동산 정책이 정부에 힘을 실을 인재가 들어올 문까지 막아버렸다.

종국에는 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스스로 대선 내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잘 못 됐다"며 사과하고 다니기 바빴다.

윤석열 당선인은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스토리의 시작과 끝에 주목해야 한다. 신중하지 못하고 조금은 오만했던 시작이 계속해서 자신을 증명하게 만들었고 결국에는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게 했다.

윤 당선인은 과감한 주택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주거 안정을 이룬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공약 역시 '집값'이라는 숫자에 집중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고 성공하더라도 정책 효과를 오판할 가능성이 크다.

다소 느리더라도 '국민 주거 부담을 줄이고 만족도는 높인다'는 기본 목표를 향해야 한다. 문 정부도 여러 측면에서 이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지려 노력했을 거다. 다만 '집값 잡기' 퍼포먼스가 너무 강해 다른 성과가 주목받지 못했다.

다음 정부는 집값 변동률이 몇 %냐보다 국민 주거 만족도가 얼마냐에 더 집중하길 바란다. 집값이 오르면 주거 불안이 커진다는 단순 논리에서 일단 벗어나야 한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