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얼어붙는 주택, 타오르는 재건축
[기고] 얼어붙는 주택, 타오르는 재건축
  • 신아일보
  • 승인 2022.02.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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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87.8을 기록했다. 

201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100 아래로 떨어지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공급보다 수요가 적어 매도세가 강하다는 의미다.

강북권의 약세가 강남권으로 번지고 있는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도 86.6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 기준금리 인상 부담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총량 규제로 인한 구매능력 약화 등이 요인인데 대선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이런 냉각 현상은 지속할 것 같다.

대선 이후 결과에 따른 형성심리와 정책 방향,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 등에 따라 기술적 반등 폭이 결정될 것 같다. 이런 와중에 강남 재건축 시장은 반짝 강세를 보인다.

지난 16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서 강남의 재건축 대장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정비계획 변경안과 경관심의안이 통과됐다.

정비계획안은 가구 수와 용적률, 층수 등을 담은 재건축사업 밑그림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단지 사업의 정상화 첫 사례다.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사업을 통해 3930세대에서 6815세대의 한강 변 초대형 새 아파트 단지로 거듭날 것이다.

1978년 건립돼 45년이 된 잠실주공5단지는 2014년 재건축사업을 시작했지만 학교 용지, 층수 등 서울시와 이견을 빚으면서 2017년부터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이번 건축심의 통과가 의미가 있는 것은 잠실역 역세권에 걸쳐있는 땅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최고 50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2030서울플랜을 통해 한강 변 아파트 35층 층수 제한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잠실주공5단지의 건축심의 통과로 인해 얼어붙은 서울 주택시장에 미묘한 온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일반 아파트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여의도 시범, 대치 은마와 미도, 송파 장미, 압구정 현대 등 재건축 기대 아파트들은 멈춰 있던 재건축사업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영향으로 다시 활력을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10~2012년 주택 시장 침체기에 한강르네상스 기대감이 높았던 반포지구 아파트 가격은 크게 조정되지 않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 강남 재건축발 들썩임의 경우 안정을 찾고 있는 주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올해 수도권 지역 입주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고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토지보상금이 32조원이나 풀리는 상황에서 대선 이후 정책의 변화와 민감한 재건축 시장의 자극이 더해지면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공급하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면서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긍정의 효과는 크지만 주택 시장 안정이라는 큰 틀의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재건축 걸림돌이 하나 제거됐다고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조합원이 3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얻으면 이익 최고의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등 규제가 여전히 견고하다.

잠실주공5단지가 그대로 사업이 잘 진행될 경우 5억원 이상의 초과이익 부담금을 내야 할 수도 있으며 아직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산 넘어 산이다.

변수도 많아서 지금부터 10년은 더 걸릴 수도 있으니 분위기에 너무 휘둘리지는 말자.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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