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기적인 자유
[기자수첩] 이기적인 자유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01.26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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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1일 오전 7시20분 장애인단체가 지하철 4호선 당고개행 상행선에서 이동권 시위를 벌였다.

2001년 1월 오이도역 장애인 노부부 리프트 참사 추락 21주기를 하루 앞두고 진행한 시위였다.

이들은 피켓을 들고 성신여대입구역부터 상계역 구간까지 지하철 출입문에 서서 열차 출발을 막거나 휠체어를 타고 열차 승하차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했다. 이후 오이도행 하행선으로 이동해 다시 시위를 이어갔다.

이는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2시간이 넘게 상하행선의 운행을 방해했다. 이로 인해 전철 운행은 최소 20분 이상 지연됐다. 출근길이 막혀버린 일부 승객은 답답함에 휠체어를 밀치는 등 단체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기자는 당시 시위로 운행이 지연된 열차에 타고 있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아야할 날이었던가. 평소 출근길 잘 타지도 않는 4호선을 마침 그날 이용하게 된 건 선택의 미스였으나 그저 신의 에스코트에 의한 것이었다고 위로하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잘 가던 열차는 신용산역에서 멈췄다. 충무로역까지 가야 했는데, 그 길은 참 멀었다. 10분 넘게 기다리다 지각을 할까싶어 반대 승강장으로 뛰어갔다. 상행선이 막혔으니 하행선을 타 이촌역으로 간 다음 다른 호선 열차로 갈아타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반대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웬일인지 맞은편 열차가 “출발합니다”하는 안내방송과 함께 문이 닫히며 서서히 움직였다. 기자가 반대 승강장으로 넘어와 있는 사이 원래 탔던 열차가 출발한 것이다.

“오마이갓! 열차에서 내리지 않고 2분만 더 기다릴걸...” 후회해봤자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나름 기지를 발휘했다고 생각했으나 두 번째 선택 미스로 승강장만 왔다갔다 아침부터 생쇼를 하니 화가 나면서도 그런 모습이 어이없어 코웃음이 났다.

이윽고 모든 화살은 시위 주체자로 향했다. 시위는 늘 불안하고 위태롭다고 여겨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전보다 더 격하게 대상을 비난하게 됐음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시위나 집회는 정당한 행위이나 도가 지나치면 아니한 만 못할 수 있다. 굳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비난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어떤 이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면서 시위를 못하게 한다면 북한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손발을 묶는 것이 사회주의적 발상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또 “유럽에서처럼 불꽃 폭동이나 유혈사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 정도면 우리나라는 시위치고 매우 평화롭게 하고 있는 편”이라고 설득한다.

소위 ‘사회 리더 계층’이라고 불리는 전문직 집단에서는 그들이 무언가를 원하기 전에 알아서 기업이나 사회가 챙겨준다. 그렇기 때문에 좀체 큰 불만이 없고 시위나 집회, 파업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 이를 차별이라고 봐야할지, 질서라고 봐야할지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겠다.

말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을이란 이유로 횡포를 권리라고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 자유를 갖되 타인의 희생을 미끼로 하는 행동을 보장된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이기적인 자유를 추종하는 자는 죄의 종이다. 부디 상생과 공존을 위한 열린 논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