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내달 상장…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동
현대엔지니어링, 내달 상장…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동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01.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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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 포함 '최대 1조1000억원' 자금 확보
금투업계 "정의선, 순환출자 해소·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전망"
서울시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신아일보DB)

현대차그룹 건설 부문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이 내달 코스피에 상장한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1조1000억원 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금투업계는 정의선 회장이 앞으로 확보하게 될 현금 유동성을 기반으로 현대차 계열 순환출자 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전망한다. 그룹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다.

25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다음 달 15일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이날부터 이틀간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은 내달 3~4일로 예정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상장을 통해 신주모집 400만주(25%)와 구주매출 1200만주(75%)를 일반공모할 예정이다.

구주매출에는 총수 일가인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534만1962주와 정몽구 명예회장의 주식 142만936주,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보유 주식 201만3174주, 기아·현대모비스 보유 주식 각각 161만1964주가 포함됐다.

주당 공모 희망 가액이 5만7900~7만57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정의선 회장은 이번 상장을 통해 약 3092억9900만~4043억8700만원을, 정몽구 명예회장은 822억7200만~1075억6500만원을 현금화할 전망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등을 바탕으로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봤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탄은 어느 정도 마련됐고 이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주주 입장에서는 순환출자 해소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는 크게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자동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 지분 21.43%를 갖고 있고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3.88%를 보유했다.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7.33%를 가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0.32%와 7.15% 보유했다.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각각 지난 5일 현대글로비스 주식 123만2299주와 251만7701주를 주당 16만3000원에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리일그룹의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매각을 통해 정의선 회장은 약 2008억6500만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4103억8500만원 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당시 거래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공정거래법 개정이 지분 매각의 유일한 이유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및 경영권 승계가 필요하고, 이번 지분 매각이 그 준비과정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상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상장이 아니냐는 견해에 대해 "회사에 필요한 신주 규모 및 기존 주주의 자금 소요 등을 고려해 구주 매출 수준을 고려했다"며 "향후 6개월 후에 보호매수물량 매도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공동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맡았고 현대차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이 인수사로 참여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