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세계 유니버스와 오너리스크
[기자수첩] 신세계 유니버스와 오너리스크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2.01.2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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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오너들 중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만큼 대중들과의 소통이 활발한 오너도 없을 것이다. 정 부회장이 SNS에 올린 각종 글과 사진은 수시로 기사화되는 등 정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대중들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멸공’이라는 단어와 관련해선 후폭풍이 거셌다.

시작은 정 부회장이 지난해 11월15일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단 때부터다. 정 부회장은 이후 ‘반공민주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 ‘난 콩(공산당)이 상당히 싫다’, ‘멸공!!!’ 등을 담은 글을 지속 게시했다.

올해 들어선 정치권까지 가세, 해당 논란은 더욱 커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오너 리스크’와 국민의힘의 색깔론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 부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대신 “나의 멸공은 저 위에 사는 애들을 향함을 다시 밝힌다”,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우리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 등 불쾌감을 표했다.

정 부회장의 이러한 뚝심(?)은 신세계의 주가를 떨어뜨렸고 스타벅스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정 부회장은 굽힘없이 “누가 업무에 참고하란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참다못한 노조는 ‘기업인 용진이형은 멸공도 좋지만 본인이 해온 사업을 먼저 돌아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정 부회장은 그제야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입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일련의 상황들을 보고 있자니 ‘정 부회장이 오너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과감했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으니 선비놀음마냥 ‘자유’를 운운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개인의 자유,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수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 기업의 오너라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그간 SNS에 올렸던 글들이 기사화되는 걸 따로 인증해 왔던 정 부회장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말 한 마디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아쉽다.

더욱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신세계그룹에 씌워질 정치색이 앞으로 추진할 각종 사업들 즉, 정 부회장이 끊임없이 강조해 왔던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악영향을 주는 건 아닐지 우려되기도 한다.

부디 해프닝으로 끝나 신세계그룹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또 자유, 비즈니스 철학, 가족, 직원, 돈 등 정 부회장의 5가지 ‘노빠꾸’ 항목 중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무엇이 우선돼야 할지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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