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필요성은 분명…성장 둔화·식량 안보 등 난제 얽혀"
중국의 소득 불평등이 심각해 당국이 재분배를 추진 중이나, 성장둔화 우려 등으로 막상 재분배 성공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3일 '국제경제리뷰'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공동부유'를 중장기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재분배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는 중국 내 불평등이 이미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당국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소득 지니계수가 개혁개방 추진 초기에는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이후 소득 격차가 확대되면서 여타 국가들의 지니계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가계의 1인당 가처분소득 기준 상위 20%의 소득 평균을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값, 즉 일명 소득 5분위 배율도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급격히 상승세를 탔다. 상대적 빈곤률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중국 당국이 소득불평등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인 동시에, 일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해석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재확산, 헝다사태 등으로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분배정책을 중국 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배경에는 불평등이 체제 정당성과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정부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재분배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여 중국 정부가 꿈꾸는 '내수 중심의 질적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높은 저축률은 소득 불평등 문제와 취약한 사회안전망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완화될 경우 저축 유인이 감소하면서 이것이 소비로 이어져 경제에 선순환 효과가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추진 필요성과 성공시 장점에도 불구하고, 재분배정책의 원활한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시각이다.
우선 성장둔화 우려가 문제다. 한국은행은 중국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헝다사태를 계기로 누적된 구조적 위험까지 일부 현실화된 점을 우려했다. 결국 성장세 둔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성장보다는 재분배를 중시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국은행 보고서는 내다봤다.
둘째, 세수 확대 난항이 거론된다. 중국은 재정지출은 경기 둔화 국면마다 정부 주도 투자 확대로 대응해 온 바 있고, 인구 고령화 진전 및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공적 연금이나 의료보험 등에 대한 정부 지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반면, 민간에 대한 세수 확대가 용이하지 않다. 개인소득세 납부자가 적어 세원이 충분치 않은 가운데 거주용 부동산 보유세 등 신규 세제 도입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한 기업 경영여건도 재분배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문제점이다. 중국 정부는 재분배와 관련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이 여파로 중국 내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하게 확대돼 기업 경영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 기업은 미국과의 갈등 지속 와주에 경영여건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져 고통받고 있다. 여기에 부담이 더 실릴 경우 혁신역량과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농민공 문제 등 집단간 소득격차 확대는 장기간 누증돼 온 구조적 문제로, 재분배라는 경제적 접근만으로 풀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민공의 열악한 처우를 풀려면 호구 제도(후커우)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식량 안보 때문에 후커우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주요 곡물을 자급자족하는 중국 상황이 이어지려면 농촌 노동력 확보 보장을 위해, 후커우 제도 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칫 이 부분을 재분배 차원에서 건드리면, 긍정적 효과를 보기 전에 식량 안보 등에만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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