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안일화' 꿈꾸는 안철수… 그의 단일화 역사는?
[정치포커스] '안일화' 꿈꾸는 안철수… 그의 단일화 역사는?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2.01.2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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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없다' 선 긋더니 "국민 절대다수 원하신다면"
지난 2011년 9월6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수피아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발표한 뒤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1년 9월6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수피아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발표한 뒤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2강 1중'의 3자 대선 구도가 고착되는 양상으로 흐르면서, 야권에서 단일화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1월 셋째주 정례 여론조사(18~20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차기 대선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34%,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33%,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7%로 나타났다. 

한 자릿수에 머물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들어 두 자릿수에 안착하면서 선거 판도를 뒤흔드는 모습이다. 

이 후보에 맞서는 야권의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는 이번 대선 정국에서 최대 변수가 됐다. 

일단 안 후보는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여론의 단일화 압력이 커지면 결국 단일화에 대해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지난 몇차례 선거에서 안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역사를 짚어봤다. 

◇ 정치 입문 초기부터 시작된 '단일화'

안 후보의 단일화 역사는 정치 입문 초기부터 시작됐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던 그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안철수 신드롬'이 일었다. 

순식간에 여러 예비후보 가운데 4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1년 9월 6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시 지지율 10% 미만의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고(故)박원순 변호사를 후보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후보직을 양보한 셈이다. 

안 원장은 당시 "박 변호사가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서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분으로 서울시장 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지지로 결국 무명의 정치인에 가까웠던  고(故)박원순 시장은 53.41%의 득표율로 46.21%를 얻은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시장으로 당선됐다. 

지난 2012년 11월18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단일화 협상을 위한 2차 단독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을 향해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2년 11월18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단일화 협상을 위한 2차 단독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을 향해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철수 정치' 오명 남긴 文과의 단일화 협상

안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 중 사퇴해 '애매한 단일화'가 됐다. 

선거 50일 앞둔 10월30일, '1강 2중'의 구도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 측이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 협상을 공식 제안했다. 

다자 구도 조사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30~40%대, 안철수·문재인 후보는 각각 10~20%대였다. 

선거 37일 전인 11월12일에서야 협상단이 구성됐지만 단일화 룰을 둘러싸고 협상이 난항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선거 26일 전인 11월23일 안 후보가 돌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단일화 방식을 놓고 더 이상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애매한 단일화'가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협상 이슈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단일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이 대선에서 문 후보는 48.02%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51.55%)에게 패배했다.

단일화에 성공한 후보가 최종 승리를 거두지 못한 최초의 대선이 됐다. 

지난 2021년 4월4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세빛섬 인근 한강공원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걷기'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1년 4월4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세빛섬 인근 한강공원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걷기'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오세훈 승리 이끈 서울시장 단일화

안 후보는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경선을 통해 단일화를 이뤘다.

이 단일화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여론조사 대상 및 비율, 문구 등 세부사항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며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경선을 치러 패배해 단일후보직을 오세훈 후보에게 넘겨줘야했다. 

이후 선거에서 오 후보는 57.5%의 득표율로, 39.18%에 그친 당시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 선 긋는 안철수… 당내선 미묘한 변화

이번 대선에서도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자 야권에서는 '단일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안 후보 측에서는 대선 국면 초반에는 선을 긋다가 최근 여지를 남겨두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관련 질문에 "'안일화'라고 못 들어보셨냐"라며 "안철수로 단일화, 그게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야권 단일화 적합도는 안 후보가 앞선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의 전국지표조사(NBS, 17~1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에서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46%였고,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42%였다. 

단일화시 선호하는 후보로는 응답자 34%가 윤 후보를 골랐고, 40%는 안 후보를 꼽았다.

다만 안 후보는 단일화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단일화 제안을 먼저 하면 응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 "지금 현재 당대표가 반대인데, 어떤 제안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안 후보는 '3월8일까지 단일화를 절대 안 한다고 단언할 수 있나'라는 거듭된 질문에 "네. 단언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에 앞선 12일에는 이태규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누가 더 좋은 정권 교체의 적임자인지 국민께서 가르마를 타 주실 거라고 본다"면서 "국민의 절대다수가 그걸 원하신다면 그때 가서 판단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단일화에 대한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이 같은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면서 대선 국면에서 안 후보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김종인 국민의힘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도가 18% 이상까지는 올라가지 않으면 단일화 얘기가 그렇게 이루어지기가 힘들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그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20%에 육박하면 보수 지지층의 단일화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그러면 이제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 압력에 의해서 단일화를 추진을 갖다가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안 후보는)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1+1이 2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1+1이 1.5가 되는 수도 있다"며 단일화를 한다고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전부 윤 후보에게로 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