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2강 1중'의 3자 대선 구도가 고착되는 양상으로 흐르면서, 야권에서 단일화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1월 셋째주 정례 여론조사(18~20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차기 대선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34%,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33%,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7%로 나타났다.
한 자릿수에 머물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들어 두 자릿수에 안착하면서 선거 판도를 뒤흔드는 모습이다.
이 후보에 맞서는 야권의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는 이번 대선 정국에서 최대 변수가 됐다.
일단 안 후보는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여론의 단일화 압력이 커지면 결국 단일화에 대해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지난 몇차례 선거에서 안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역사를 짚어봤다.
◇ 정치 입문 초기부터 시작된 '단일화'
안 후보의 단일화 역사는 정치 입문 초기부터 시작됐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던 그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안철수 신드롬'이 일었다.
순식간에 여러 예비후보 가운데 4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1년 9월 6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시 지지율 10% 미만의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고(故)박원순 변호사를 후보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후보직을 양보한 셈이다.
안 원장은 당시 "박 변호사가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서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분으로 서울시장 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지지로 결국 무명의 정치인에 가까웠던 고(故)박원순 시장은 53.41%의 득표율로 46.21%를 얻은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시장으로 당선됐다.
◇ '철수 정치' 오명 남긴 文과의 단일화 협상
안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 중 사퇴해 '애매한 단일화'가 됐다.
선거 50일 앞둔 10월30일, '1강 2중'의 구도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 측이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 협상을 공식 제안했다.
다자 구도 조사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30~40%대, 안철수·문재인 후보는 각각 10~20%대였다.
선거 37일 전인 11월12일에서야 협상단이 구성됐지만 단일화 룰을 둘러싸고 협상이 난항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선거 26일 전인 11월23일 안 후보가 돌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단일화 방식을 놓고 더 이상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애매한 단일화'가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협상 이슈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단일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이 대선에서 문 후보는 48.02%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51.55%)에게 패배했다.
단일화에 성공한 후보가 최종 승리를 거두지 못한 최초의 대선이 됐다.
◇ 오세훈 승리 이끈 서울시장 단일화
안 후보는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경선을 통해 단일화를 이뤘다.
이 단일화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여론조사 대상 및 비율, 문구 등 세부사항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며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경선을 치러 패배해 단일후보직을 오세훈 후보에게 넘겨줘야했다.
이후 선거에서 오 후보는 57.5%의 득표율로, 39.18%에 그친 당시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 선 긋는 안철수… 당내선 미묘한 변화
이번 대선에서도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자 야권에서는 '단일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안 후보 측에서는 대선 국면 초반에는 선을 긋다가 최근 여지를 남겨두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관련 질문에 "'안일화'라고 못 들어보셨냐"라며 "안철수로 단일화, 그게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야권 단일화 적합도는 안 후보가 앞선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의 전국지표조사(NBS, 17~1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에서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46%였고,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42%였다.
단일화시 선호하는 후보로는 응답자 34%가 윤 후보를 골랐고, 40%는 안 후보를 꼽았다.
다만 안 후보는 단일화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단일화 제안을 먼저 하면 응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 "지금 현재 당대표가 반대인데, 어떤 제안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안 후보는 '3월8일까지 단일화를 절대 안 한다고 단언할 수 있나'라는 거듭된 질문에 "네. 단언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에 앞선 12일에는 이태규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누가 더 좋은 정권 교체의 적임자인지 국민께서 가르마를 타 주실 거라고 본다"면서 "국민의 절대다수가 그걸 원하신다면 그때 가서 판단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단일화에 대한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이 같은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면서 대선 국면에서 안 후보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김종인 국민의힘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도가 18% 이상까지는 올라가지 않으면 단일화 얘기가 그렇게 이루어지기가 힘들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그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20%에 육박하면 보수 지지층의 단일화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그러면 이제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 압력에 의해서 단일화를 추진을 갖다가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안 후보는)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1+1이 2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1+1이 1.5가 되는 수도 있다"며 단일화를 한다고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전부 윤 후보에게로 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