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종교편향 사과하라"…조계종 '승려대회' 강행(종합)
"문재인 정부 종교편향 사과하라"…조계종 '승려대회' 강행(종합)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1.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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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서… 내달 범불교도대회 추진
일각에서 방역지침 위반·종교계의 대선 개입 의혹 제기
대한불교 조계종은 2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개최되는 '종교 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 승려대회' 봉행을 준비하고 있다.(사진=권나연 기자)
대한불교 조계종은 2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개최되는 '종교 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 승려대회' 봉행을 준비하고 있다.(사진=권나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 추세인 가운데 조계종이 오는 21일 전국 승려대회를 강행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통행세 발언과 문재인 정부의 종교 편향 문제 등을 지적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20일 조계종에 따르면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 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 승려대회'를 거행한다.

승려대회에는 전국 주요 사찰 주지를 비롯해 30개 종단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승려, 재가불자 등 5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승려대회에서는 △정청래 의원의 통행세·봉이 김선달 발언 △문화체육관광부의 성탄절 캐럴 캠페인 추진·국공립합찬단의 종교 편향적 공연 등 문재인 정부의 종교 편향 문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종교편향 문제로 전국 승려와 불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규모 법회를 봉행하는 것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처음이다.

이번 승려대회는 정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비판하면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고 지칭하고 ‘해인사는 봉이 김선달’이라고 비유한 것에 반박해 기획됐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조계사를 찾아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한 발언을 사과하고자 했으나, 종단 측으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사진=나원재 기자)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조계사를 찾아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한 발언을 사과하고자 했으나, 종단 측으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사진=나원재 기자)

정 의원은 지난해 11월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감사 기간 문화재 관람료에 대한 표현상 과했던 부분에 대해 불교계와 스님들께 심심한 유감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계종 측은 정 의원의 사과는 ‘통행세 발언’ 이후 5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나온 것으로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 의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사퇴 혹은 탈당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불교계의 반발이 계속되자 지난 17일 정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30여명이 조계사를 찾아 참회의 108배를 올리고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조계종의 입장은 단호하다.

조계종은 정 의원의 발언을 개인 의원 한 사람의 편견이 아니라 정부의 종교 편향적인 시각의 문제로 보고 있다.

조계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예산이 투입된 성탄절 캐럴 캠페인을 추진하고 정부가 천진암과 주어사지 등 불교유적지를 포함해 전국의 천주교 순례길을 조성하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조계종은 본 대회 이후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을 위한 거리행진 등의 실천행사를 진행한다. 또 승려대회 이후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오는 2월 범불교도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승려대회를 두고 방역지침 위반과 종교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조계종이 집결을 예고한 인원 5000명은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종교행사 개최시 백신 접종자만으로 참가자를 구성할 경우 최대 299명까지 허용된다.

종로구도 승려대회와 관련해 조계종에 공문을 보내 "당일 현장에 나가 관련 법령 준수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계종 관계자는 "방역지침에 위반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동안 불교계가 정부의 편향적인 종교 문제로 고통을 받아온 만큼 시정조치를 받더라도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는 20일 조계종의 전국 승려대회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사진=권나연 기자)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는 20일 조계종의 전국 승려대회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사진=권나연 기자)

이날 조계사 인근에서는 ‘조계종의 노골적인 대선개입을 중단하라’며 승려대회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촛불시민연대는 조계종이 문재인 정부의 종교 편향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와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캐럴 캠페인 예산 지원을 종교편향이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억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크리스마스 캐럴 캠페인 지원이 종교편향이라면 부처님오신날 대대적 연등행사 지원은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2년여 동안 이어지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정부 정치 편향을 들고 나와 종교의 정치적 개입을 자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전국 승려대회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