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김건희, 尹 장악… 정치 현안에 관여한다는 것"
장영하, 국회서 이재명 '녹취록' 틀어… "거짓말 분명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측이 각각 ' 통화 녹취록'을 두고 연일 맞붙고 있다.
대선을 50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유력 후보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녹취록' 파문이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유권자들의 '정치혐오'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를 두고 연일 맹공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9일 광주 KBS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서 "사실상 김건희 씨가 거의 완벽하게 윤석열 씨 행동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거 캠프나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해서 관여하고 있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을 윤석열 뽑는 것인지 김건희를 뽑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런 시대로 갈 수는 없다"면서 "주술과 마법 같은 데 의존하는 이런 나라가 돼서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 2세가 라스푸틴이라는 괴상스러운 요승에 휘둘려서 러시아 제국이 멸망했던 것처럼 나라가 크게 위험이 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 기자간담회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불쌍하다"고 언급한 김씨 발언에 "대통령 후보 부인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또 "내가 집권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김씨의 발언도 언급하며 "굉장히 심각한 말이다. 그런 말을 처음 듣는다"고 했다.
김씨의 '7시간 통화'에 맞불로 이재명 후보의 '160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굿바이 이재명' 저자인 장영하 변호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직접 녹음본을 틀었다.
1분30초 분량의 해당 녹음본은 과거 이 후보가 친형인 故 이재선씨의 부인과 나눈 통화 내용으로, 재선씨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논란을 둘러싼 갈등이 담겨있다.
장 변호사는 "이 후보는 자신의 쌍욕 원인을 '형과 형수(박인복씨)가 먼저 어머니를 때리고 욕했기 때문'으로 돌렸다"며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장 변호사는 "이 후보와 형의 갈등은 전적으로 이 후보가 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해서 이뤄진 일"이라며 "사건의 발생 시간과 순서만 살펴봐도 이 후보의 거짓말이 너무나 쉽게 분명해진다"고 주장했다.
원일희 선대본부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재명 후보 녹취에 대한 적확한 표현은 더 이상 '이재명 욕설'이 아니다"며 "이 정도면 '언어 성폭력'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 모두 이번 '녹음파일 사태'에 대해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이재명),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윤석열)고 각각 사과했지만 파문은 거세지고 있다.
여야간 고소·고발도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은 장 변호사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혐의로 고발했고, 국민의힘 또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 같은 여야의 대치에 인천대 이준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대 후보가 비호감이고 자질이 없고, 준비가 안돼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다 보니 폭로전으로 치닫는 것"이라며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상태에서 한 명의 후보를 골라야하는 국민이 불쌍한 처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가 끝나도 이 같은 진흙탕 싸움이 이어질 것 같다"고도 말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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