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몽규 회장이 짊어진 더 큰 책임
[기자수첩] 정몽규 회장이 짊어진 더 큰 책임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1.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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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아파트 외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사고로 인해 현장 작업자 1명이 사망했고 5명은 실종 상태다. 사고를 낸 시공사 회장은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은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안전 강화 대책도 내놨다. 외부 기관을 통해 현대산업개발 전국 건설 현장의 안전을 진단하고 앞으로 회사가 시공하는 모든 건축물의 안전 결함 보증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또 피해자 가족 보상은 물론 사고 단지를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선 범 그룹 차원 인적·물적 지원을 모두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회장직 사퇴와 대국민 사과, 안전 강화 대책이 담긴 입장 발표였지만 일각에서는 '진정성 논란'이 크게 일었다. 그간 업역을 떠나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회사의 회장 또는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례는 많았다. 그런데 유독 이번에는 여론이 좋지 않았다.

정 회장이 진정성을 의심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6월 광주광역시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 철거 작업 중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를 냈고 무고한 시민들이 사망했다. 당시 정 회장은 사고 즉시 광주로 향했고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불과 7개월여 만에 같은 지역에서 터진 이번 사고에서 정 회장의 행보는 작년과 사뭇 달랐다. '현장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 중이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심 중이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그러다 사고 발생 후 엿새 만에 사고 현장이 아닌 곳에서 공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내려놨지만 그룹 지주사 HDC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을 두고도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 회장이 지분 33.6%를 들고 있는 HDC가 현대산업개발 지분 40%를 보유하는 지배구조상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 회장이 진정성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이후 행보가 중요하다. 사고 수습 방안과 피해 보상, 재발 방지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그가 말했듯 대주주로서 마지막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 회장은 "고객과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다시금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회사의 존립 가치를 찾는 일의 무게는 정 회장이 내려놓은 현대산업개발 회장직보다 훨씬 무겁다.

seojk052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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