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반도체·중국 둔화에 원자재 상승 따른 '복합 효과' 분석
2021년 중 외화자금 수급 상황과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함에도 원/달러 환율이 달러인덱스 및 주요 신흥국 환율시장 대비 빠르게 상승한 가운데, 여러 원인이 어우러진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8일 'BOK 이슈노트'를 통해 원화 약세 문제의 원인을 조명했다. 한국은행은 우선 첫 원인으로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을 들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시기에는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원자재가격 급등은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과 맞물려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강화시켰다. 또한, 이에 대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김재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조사역은 "높은 해외 원자재 의존도상, 국제원자재가격 급등이 비용상승, 교역조건 및 경상수지 악화로 우리 경제여건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무역구조의 중국 의존도 역시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중국은 헝다 위기등 실물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된 상황이다. 특히 대중 교역 의존도(2020년 기준 24.6%)가 높은 우리나라는 여타 신흥국에 비해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또한 반도체 경기 둔화 같은 대외 리스크도 주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행은 수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데, 작년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면서 국내 주식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짚었다. 또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식 리밸런싱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국내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절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행은 이런 대외 리스크 요인과 더불어 환율 상승 기대에 따른 선물환 헤지 및 투기 수요 증가도 원화가 여타 통화에 비해 큰 폭으로 절하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즉 우리나라는 무역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 경제구조인데다 해외 원자재, 반도체, 대중국 교역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 글로벌 경제 급변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 대비 원화가 약세를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즉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외환시장 및 자본시장 개방도가 여타 신흥국에 비해 높아 시장 매커니즘이 활발히 작동한 데에서도 비정상적인 원화 약세의 원인을 일부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환율이 이와 같이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미국의 인플레이션, 국제 원자재가격, 중국 경제, 투자자금 이동,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른 국내 기업 실적 변화 등 리스크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글로벌 자금흐름 및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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