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쁜 기업 오명 '현대산업개발' 최대 위기
[기자수첩] 나쁜 기업 오명 '현대산업개발' 최대 위기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01.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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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외벽 붕괴사고로 작업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14일 첫 실종자를 발견했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현재는 나머지 실종자 5명을 찾으려는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 아파트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7개월여 만에 다시 대형 사고를 일으킨 건설사가 됐다. 지난해 6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인근 도로변으로 무너지며 시민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화정동 아파트 사고 현장에는 '조금 더 빨리가 아닌 한 번 더 확인' 등 안전 관련 문구가 걸려 있었지만 참사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안전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우리의 핵심 경영 목표"라며 안전 강화를 외쳤던 유병규 신임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취임 2주도 지나지 않아 고개를 숙였다.

학동 붕괴 사고 당시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약속도 무색해졌다.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잇따른 붕괴사고로 인해 시민들의 분노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신뢰하기 어려운 참 나쁜 기업"이라고 평하며 앞으로 광주시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고 다음날인 지난 12일 현대산업개발 주식의 마감 가격은 전날 종가 대비 19% 급락했다.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 기간 총 26.6% 내림세를 보였다. 사고 이후 3거래일 동안 현대산업개발에서만 시가총액 4515억원이 증발했다. 같은 기간 HDC와 HDC랩스, HDC현대EP 등 코스피에 상장된 HDC그룹 지주·계열사 주가도 각각 10~20%대 하락률을 보였다.

이번 사고는 현대산업개발과 HDC그룹에 있어 최대 위기다. 시장과 시민들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그간 쌓아올린 이미지와 성과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수 있다. 학동 붕괴 사고 이후 추진한 위험관리체계 고도화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스마트 위험관리 프로그램 도입 등을 넘어 본사와 현장, 경영진과 구성원의 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 등 본질적인 사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각고의 노력 없이는 더 이상 다음은 없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