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견제’와 ‘균형’
[기자수첩] ‘견제’와 ‘균형’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2.01.06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권력기관이 더 이상 국민 위에서 군림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권력기관 개혁을 제도화했다”며 “권력의 벽은 낮아졌고 국민의 참여는 더욱 활발해졌다”고 자평했다.

문대통령은 야당 시절부터 줄곧 검찰 개혁을 주장해오면서 그 출발점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거론해왔다. 이날 문대통령의 언급이 최근 야당 의원과 언론인 등 수백 명을 불법 사찰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공수처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산물과도 같은 기관이다. 과거 검찰이 해오던 비인권적 수사 관행을 타파하고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나누겠다는 취지였다. 말 그대로 검찰에 대한 ‘견제’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균형’ 있는 수사를 해야 하는 기관이 공수처다.

하지만 ‘출범 1년’을 앞둔 공수처가 이 같은 명분을 지켜 나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인 및 민간인, 정치인 등에 대한 ‘불법 사찰’ 논란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 83조에 따라 영장 없이 통신사로부터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가입자 개인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문제는 공수처가 수사 대상도 아닌 언론인과 민간인은 물론 야당 정치인의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조회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공수처 비판 보도를 했던 일부 기자들을 상대로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통화내역을 살피고, 그 가족·지인들의 통신자료까지 조회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공수처는 앞서 ‘고발사주 의혹’ 수사 당시 핵심인물인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체포·구속 영장을 잇달아 청구했다가 기각당하는 등 부실한 수사력을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축구팀 창단 첫해에 우승컵을 가져오라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발언에 동조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도 아니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당사자도 아닌 기자를 상대로 강제수사를 벌였다는 점은 공수처의 의도와 목적에 더 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셈이다.

김진욱 공수처장 역시 직원들에게 보내는 신년사에서 대통령선거가 있는 올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유지를 강조했다. 또 업무 처리에 있어 적법했는지의 차원을 넘어 적정했는지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비판과 검증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견제’와 ‘균형’, 공수처가 존폐 위기를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가슴 깊이 아로새겨야 할 두 단어다.

[신아일보] 한성원 기자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