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포지역 천주교 역사문화, 국내외 널리 알려야
[기고] 내포지역 천주교 역사문화, 국내외 널리 알려야
  • 신아일보
  • 승인 2022.01.0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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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선 충청남도의회 의장
 

충남 서북부 지역인 ‘내포(內浦)’에는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깊이 스며 있다. ‘내포의 사도’로 불린 이존창이 천주교를 전파한 뒤, 내포는 신앙의 중심지가 됐다. 내륙까지 들어온 바닷길을 따라 서양의 선교사들이 이 지역을 드나들 수 있었고,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영위했다. 

한국 천주교의 독특한 점은 강제적 개종 과정으로 유입된 것이 아니라, 민중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여 평신도 중심의 자생적 교회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신분제가 공고했던 조선 사회에서 ‘만민 평등’을 말하는 종교는 많은 신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탄압도 가혹했다. 내포지역 곳곳엔 천주교 ‘4대 박해’로 인해 순교자가 없는 마을이 없었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는 230여 년에 불과하지만 전국 곳곳에 유서 깊은 천주교 성지가 많은데, 충남의 천주교 유적지는 다른 지역보다 많은 편이다. 충남 12개 시·군에 순교성지와 성당, 공소(公所) 등 다양한 천주교 유적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진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탄생한 곳으로, 솔뫼·신리성지와 합덕성당 등 천주교 유적지가 밀집해 있고, 서산의 해미순교성지는 2020년 교황청이 승인한 국내 두 번째 국제성지다. 

한국 천주교의 특수성에 더해 내포지역의 천주교 역사 또한 그 의미가 깊은 만큼, 프란체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8월 당진과 서산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 올해는 김대건 신부가 탄생한 지 200주년 되는 해로, 유네스코는 김대건 신부를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했다. 봉건 질서의 압제 속에서도 신앙과 양심의 자유, 만민 평등 정신을 위해 목숨 바친 김대건 신부의 삶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귀감이 된다. 당진시는 지난 8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행사를 개최했는데, 특히 내포의 천주교 문화를 조명한 학술심포지엄이 열려 의미를 더했다.  

이처럼 당진과 서산 등 충남의 성지는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성지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천주교 역사문화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도록 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경제적 관점의 관광명소를 추구하자는 것은 아니다. 자유와 평화, 사랑과 헌신 등의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며, 지역주민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문화적 명소로 도약해야 한다. 

박해와 탄압으로 수많은 순교자를 낳은 한국 천주교의 역사는 그저 종교적 의미와 슬픔의 역사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순교자들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숭고한 믿음과 자유를 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며, 이러한 역사는 우리 충남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충남의 천주교 유적지들이 천주교 신자들은 물론,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도 안식과 배움을 주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천주교 역사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정리·정비해야 한다. 또 성지와 순례길이 지역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과의 상생을 이끌어내고, 지역공동체 회복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천주교의 평등사상과 개혁정신은 오랜 역사기간 이어져 내려 대한민국 민주화 투쟁의 원동력이 되었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목소리로 표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가 서로 사랑하고 공존하고자 했던 천주교의 정신적 가치를 공유해 지금 이 어려움 또한 함께 이겨낼 수 있길 바란다. 

/김명선 충청남도의회 의장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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