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후진국형 안전사고 없는 선도국가를 기대한다
[기자수첩] 후진국형 안전사고 없는 선도국가를 기대한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01.03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정부는 국가안전대진단 실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8월23일부터 11월15일까지 중앙부처(28개), 지자체(17개 시도), 민간전문가, 국민 등 11만3574명이 참여해 점검한 2만3163개 시설에 대한 안전도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생활 속 안전 위험요소를 진단·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민관 합동점검이다. 점검 대상·시설은 크게 노후 건축물, 건설공사장, 상하수도 시설, 항만시설, 노후 교량, 공동주택, 하천시설, 위험물 제조소, 산업현장 등이었다.

그 결과 7702개 시설(33%)에서 안전위험요인이 발견됐고 이 중 3171개 시설은 시정 조치됐다. 나머지 4531개 시설은 보수·보강,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을 앞두고 있다. 

매해 정부가 안전을 진단하고 있으나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대형 사고를 보며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지난해의 경우 17명의 사상자를 낸 6월 광주 재개발 현장 건물 붕괴가 대표적이다. 서울 여의도 한 백화점의 천장이 붕괴된 사고도 눈에 띈다. 건물이나 주택, 공장, 공사현장에서의 화재·폭발 사고도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안전 점검 디테일의 부재가 요인이다.

안전 점검의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 중 하나가 전철역 에스컬레이터다. 보통 역사 내 점검이라면 전철의 고장 여부, 철로 관리 등을 떠올릴 수 있겠다. 못지않게 중요한 점검 대상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다. 특히 에스컬레이터는 실시간 수십 명이 한꺼번에 이용하기 때문에 사고가 심심찮게 난다.

에스컬레이터에 한 발 딛는 순간 바닥이 열려 빨려 들어가 다리가 으스러지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몰린 인파에 에스컬레이터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갑자기 서 사람들이 앞으로 쏠리면서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경우도 있다.

얼마 전 기자는 한 줄짜리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앞 사람이 제때 내리지 못하고 주저앉는 바람에 다칠 뻔한 일을 겪었다. 쇼핑백이 묘하게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 끼었는데 그 상황에 발판이 계속 돌아가자 내리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 것이다. 바로 뒤에 있던 기자는 갑작스럽게 주저앉아버린 그를 밟지 않기 위해 그의 머리를 뛰어넘어 간신히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릴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위아래 일렬로 가기 때문에 앞이나 뒷사람이 우물쭈물해 내리는 타이밍을 놓쳐 버리면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 경우, 만약 사고가 났다면 책임은 누구한테 물어야 할까.

사고가 매일 나지 않지만 한 번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 차원의 간섭이 필요하다. 명색이 안전대진단이라고 한다면 규모만 키울 게 아니라 이런 세세한 점까지 고려해 실시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선진국일수록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쓴다. 경제성장을 이뤄 선진국대열에 올랐다고 자부할 수 있겠으나 산업발전 속도에 비해 안전관리 역량은 여전히 미흡한 게 사실이다.

안전에 있어선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 수준이다. 선도국가 시대로 나가려면 안전이라는 요소가 뒷받침돼야 한다. 후진국형 사고가 더는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나라로 도약하길, 모두가 힘쓰길 바란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