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일선 영업점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월계동에서 최근 일어난 지점 갈등과 그 해결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는 2월 신한은행의 월계동 지점이 통폐합된다는 일정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했다.
당초 신한은행은 해당 지점을 성북구 석관동에 있는 장위동 지점과 통폐합하고 화상화면을 통해 금융업무를 지원하는 디지털 라운지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대책위는 고령 인구 거주 비율이 높은 월계동에 지점이 사라질 경우 금융소외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폐쇄 중단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디지털 기기를 설치하더라도 금융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직원을 배치시켜 달라는 주장을 신한은행이 수용하기로 했다. 디지털출장소라는 오프라인 영업 창구와 디지털라운지가 함께 공존하는 형태의 지점이 답으로 제시된 것이다. 신한은행은 창구 직원 2명을 상주시키고 디지털라운지에는 화상상담과 키오스크 사용을 돕는 안내직원 1명을 상시배치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이 원래 안내직원 1명을 상주시키는 디지털 라운지를 운영하는 한편, 고령층을 위한 시니어 디지털 교육을 병행할 계획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합의 내용이 인력 낭비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논의 과정에서 보듯,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려는 은행의 다급함과 가급적 변화를 바라지 않는 소비자들의 생각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는 점을 외면하기 어렵다.
당초 계획대로 안내직원 1명을 상주시키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생각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질까? 이것이 비단 월계동만의 지역적 특성이라 다른 곳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거나, 이 동네 고령층만의 문제라서 다른 연령대 소비자에겐 아무 문제가 안 된다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지점 통폐합 과정에 사전영향평가가 마련돼 있음에도 갈등이 불거지는 것이 이런 문제 상황을 대변한다. 은행들이 ATM 운영 등 대체수단을 마련하면 된다는 영향평가 조항을 역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신이 높아지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디지털화에 맞춰 접근성을 개선하고 설명과 교육을 해 주겠다는 소리를 신뢰하지 않게 되는 건 아닐까?
이번 신한은행의 월계동 합의는 금융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은행에 마냥 많은 영업점을 무한정 끌고 가도록 압박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지만, 다른 의미있는 방편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준다. 디지털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은행권이 중간가교 역할을 어떻게 떠맡을지, 신한의 방법을 다른 은행들도 배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