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V. S. 나이폴 ‘세계 속의 길’
[신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V. S. 나이폴 ‘세계 속의 길’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12.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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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음사)
(사진=민음사)

노벨 문학상 ‘부커 상’ 수상 작가 V. S. 나이폴의 자전적 소설 ‘세계 속의 길’이 출간됐다. 

27일 출판사 민음사에 따르면 ‘세계 속의 길’은 트리니다드와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가 있는 서인도 제도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나이폴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유년 시절과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청년 시절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역사의 현장을 체험한 다양한 ‘내레이터’들을 등장시켜 세계를 보는 시야를 확장한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영국과 동아프리카 등지에서 제국주의와 혁명, 탈식민주의가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각자의 길을 걷는 ‘역사적 순례자’들의 20세기가 담겼다.

‘세계 속의 길’은 나이폴의 또 다른 대표작인 트리니다드 하층민의 생활상을 다룬 연작 소설 ‘미겔 스트리트’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나이폴은 주민들의 개별적인 생활상에 집중했던 ‘미겔 스트리트’의 세계관을 확장해 전 세계에서 제국주의 사회, 식민지 이후의 사회를 살아간 인물들의 발자취를 쫓는다.

‘세계 속의 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나이폴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은 장과 작가로서 역사적인 사건과 가공의 현실을 섞어 다양한 인물들을 화자로 서술하는 장이 번갈아 나타난다.

인도계 후손으로 트리니다드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의 등기소에서 이급 서기로 일하던 유년 시절,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 시절을 그린다.

스페인, 영국 등 강대국의 지배로 인해 흑인 노예, 인도인, 원주민, 백인 등이 혼재돼 살아가고 있는 트리니다드에는 ‘무리’와 ‘패거리’만 있을 뿐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드퍼드 광장에 모여 탈식민주의와 독립 혁명을 주장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나이폴은 고국을 떠나온 이방인의 시선으로 트리니다드의 1930~1940년대 풍경을 묘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세계 속의 길’은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 정치적 갈등과 충돌을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나이폴의 관심사는 갈등과 충돌의 해결이 아니다. ‘미겔 스트리트’, ‘자유 국가에서‘ 등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문제투성이 국가나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카리브해의 풍경은 같지만, 개개의 삶이 품고 있는 가치관과 처한 상황은 다르고 서로 타협할 수 없다. 나이폴은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인 눈으로, 공존하지만 ‘공명’할 수 없는 인물들의 외로움을 읽어 내어 제3세계 식민지의 복잡한 역사와 아픔에 대한 공감대를 한층 더 증폭시킨다.

한편,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은 1932년 카리브해의 영국령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부모 아래 태어났다. 스물세 살 때부터 창작을 시작해 1957년 첫 소설 ‘신비한 안마사’를 발표했다. 1959년에 발표한 ‘미겔 스트리트’로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고, 1971년 ‘자유 국가에서’로 부커 상을 수상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