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보험금 청구 간소화]⑧ 내년에는 국회 문턱 넘을까
[갈 길 먼 보험금 청구 간소화]⑧ 내년에는 국회 문턱 넘을까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2.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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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보험업계 "내년이 적기"
의료계, 부작용 등 반대 입장 '불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특히 우리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금융환경은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에서 클릭 몇 번으로 계좌를 만들고, 금융거래를 하고,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보험금 청구는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10년 넘게 공전하는 이유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 보험 소비자 편의를 향상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소비자와함께를 비롯해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등 소비자단체는 내년 2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 촉구를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내년이 입법 추진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내년 3월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소비자단체는 보험 소비자 편의 향상을 위한 목소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강성경 소비자와함께 사무총장은 "각 대선 후보 캠프에도 보험업법 개정에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문을 보냈고,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는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10여년간 국민의 편의를 외면하고 있는 의료계 표심을 의식하지 않고, 3900만명의 국민 편의를 위해 보험업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내년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는 특히, 소비자단체 공동 성명서 및 소비자 설문조사, 입법 공청회 등 보험업법 개정안 추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이미 보험업법 개정을 위한 5개의 법안이 올라왔고, 공청회와 소비자 단체 입법 촉구 등 다양한 기관의 노력이 지속되는 등 보험업 개정 추진에 대한 최적의 상황이라 생각한다"면서 "국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심도 높은 논의를 통해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계 반대로 12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 △중계기관 심사평가원의 적정성 △의료계 부담 가중 등 다양한 이유로 입법을 막아왔다. 

작년 7월 보험업법 개정을 처음 발의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의원을 시작으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2020년 7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2021년 4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2021년 5월 ) 등 21회 국회에서는 총 5개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당시 전재수 의원의 발의안에는 업무 외 사용·보관·비밀누설 금지 의무와 보험사의 비용 부담 등의 내용이 없었다. 

이를 이유로 의료계는 보험사의 의료데이터 축적, 활용을 우려하는 반대 성명서 등을 발표했다. 

이에 현재 법안에는 전문 중계기관과 심사평가원 등 중계기관 선정에만 차이가 있고 △중계기관 내 위원회 설치 △중계기관의 업무 외 사용·보관·비밀누설 금지 의무 △처벌 규정 △보험사의 비용 부담 등을 추가하며 보완했다.

5개 법안에 대한 종합 심사가 이뤄질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의료계 반대 논리는 힘을 잃게 됐다.

전재수 의원실 관계자는 "논쟁은 반대 논리가 없을 때, 반대할 명분이 없을 때 끝나는 것인데, 지금까지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법안 수정 등이 이뤄져 왔다"면서 "의료계의 반대 논리가 떨어진 국면에서 금융 디지털 전환 등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보험업법 개정안은 사실상 국회 통과만 남아있다는 상황이다. 앞서 전재수 의원실은 보험업법 개정을 우선순위 법안으로 산정한 상태다.

실손보험은 전 국민의 75%에 이르는 약 39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여전히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진단서, 진료비 계산서 등 필요한 서류를 직접 떼 모바일 앱이나 우편·팩스로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의 편의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의료기관이 전산화를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인 전자서명 시스템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법안에 따르면 관련 비용을 보험사에서 부담한다고 하는데 인프라 구축 비용과 유지 등 관련 비용 모두를 포함하는지 등 구체적인 안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의료계가 10년 넘게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환자의 민감한 의료데이터가 축적, 활용되는 것으로, 당장의 편의보다 보험금 갱신 거절 등 앞으로의 소비자 불편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