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경영의 본질
[기고] ESG경영의 본질
  • 신아일보
  • 승인 2021.12.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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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의 대표기업으로 손꼽힌다. 설립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이본 쉬나드는 1973년 창립 당시부터 ‘지구를 되살리는 사업’이라는 경영철학을 내세웠다. 그는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원료, 제조, 운송, 서비스, 폐기에 이르는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을 분석해 원료를 독성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 100% 유기농 목화로 바꿨고, 1993년에는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신소재를 의류 업계 최초로 개발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소스를 공개했다.

아울러 매년 총 매출의 1%를 환경 보호에 사용하고, 아동노동 방지, 의류 업계 종사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공정무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경영 다양한 제도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파타고니아는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고, 2019년에는 환경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유엔(UN)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파타고니아 스토리는 ESG 경영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중요함을 깨닫게 한다.

기후변화, 코로나19 등으로 ESG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제 ESG는 우리나라 기업에 있어서도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됐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민간 금융회사는 물론 금융공공기관들도 경영목표에 ESG 가치를 반영하고 실행전략을 마련하는 등 ESG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석탄 화력발전소 등 환경을 파괴하는 업종에 대한 신규투자 중단,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등 사회적 금융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사회공헌을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ESG를 강화하고 홍보하는 추세다. 이처럼 ESG경영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금융회사들이 많아지면서 한편으로는 표면적으로만 ESG를 추구하는 ‘ESG 워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는 서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서비스 혁신을 통해 ESG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해왔다. 앱 챗봇 출시, 온라인 금융교육 등 지난 2년간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창출한 ESG경영가치를 계산해보니 서금원은 6646억원, 신복위는 2536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지원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 등 고유업무까지 포함하면 서금원이 창출한 가치는 1조3450억원, 신복위는 6202억원이었고, 서식 간소화, 종이 없는 창구 구축 등으로 종이 사용을 없애 탄소배출량도 총 1808톤 줄였다.

그 결과 서금원과 신복위의 서민금융지원모델이 지난 2월 공공기관 최초로 제59차 유엔 사회개발위원회에서 의견서로 공식 채택됐다. 우리나라 서민금융이 ESG와 연관이 깊은 소득양극화와 빈부격차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지원모델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앞으로 서금원과 신복위는 서민금융지원과 채무조정 등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는 본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유엔, 세계은행 등과 협력해 개발도상국 등에 서민금융모델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ESG경영이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금융 분야는 투자, 대출 등 생활에 밀접한 산업인 만큼 이익 창출을 위해 겉으로만 ESG가치를 내세우거나 기업 홍보를 위해 새로운 것만 추구해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ESG 파이코노믹스’의 저자 알렉스 에드먼스는 ESG경영에 있어 재정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매우 가치있지만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은 기업의 핵심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누구를 위해, 왜 존재하는가’부터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서민금융이 서민층 이자부담 절감 또는 채무조정을 통한 경제적 재기 지원 등 ‘포용금융’이라는 본래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디지털 혁신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더욱 확대했듯, 금융권에 주어진 본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ESG경영의 출발점이 아닐까.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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