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보험료 인상 불가피…서민 경제 부담↑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 불가피…서민 경제 부담↑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2.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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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내년 실손보험 20% 인상해야
당국, 손실엔 공감…인상률 조정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실손보험 적자에 허덕이던 보험업계가 또다시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당국과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결론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험업계가 바라는 인상 폭 수준은 20% 내외지만, 실제로 20%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에도 보험업계는 20% 인상을 요구했지만, 금융당국과의 협의 끝에 절반 수준인 10%대 인상으로 조정했다. 보험업계는 올해 실손보험 예상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3조원으로 전망되는 만큼, 20% 인상을 고수하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인상 폭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험료 상승은 기정사실인 만큼 내년 서민 경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15일까지 내년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인상안을 담은 안내장을 서면·전화·전자문서 형태로 발송한다. 보험료를 갱신하기 위해서는 보험기간이 끝나기 약 15일 이전에 계약자에게 안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상은 내년 1월1일 보험료 갱신을 앞둔 2세대 실손보험(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과 3세대 실손보험(2017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가입자다.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인상률은 10% 중후반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적자구조 실손보험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최소 20%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최종 인상안은 금융당국과 조율 후 올해 연말까지 나올 예정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실손보험 적자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최근 4년간 실손보험의 적자 규모가 9조원이다. 이는(3조원 적자는) 보험사에서 감내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토로했다.

◇ 보험업계 "100원 받고 130원 보상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전년 동기(1조7838억원) 대비 1858억원 증가한 1조969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손실액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사업관리·운영비용을 제외한 '위험보험료'에서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을 차감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위험보험료는 6조3576억원, 보험금은 8조3273억원으로 집계됐다. 받은 보험료보다 보험금으로 나간 금액이 2조원가량 더 많은 것.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위험손해율은 131.0%다. 보험료 수입이 100원이면 보험금으로 130원이 나갔다는 뜻이다.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018년 1조3594억원 △2019년 2조4774억원 △작년 2조4229억원 등 지난 2019년 이후 2조4000억원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는 이를 뛰어넘는 최대 2조9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생명보험사 실손보험 손실액까지 합산할 경우 올해 실손보험 적자는 3조6000억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 의료쇼핑과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 심각

실손보험 적자는 최근 논란이 된 브로커 등을 이용한 백내장 수술 등 불법 과잉진료와 의료쇼핑 등 일부 병·의원 및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은 2016년 779억원에서 작년 6480억원으로 무려 731.8%나 뛰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가 직접 불법 영업으로 의심되는 병·의원을 신고하거나,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등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DB손해보험이 백내장 청구가 많은 병원 50개소를 대상으로 불법 의료광고 여부를 집중 조사해 이 가운데 43개 병원이 치료 경험담과 시술 행위를 노출하고, 제3자 유인 등 불법 의료광고를 한 것으로 판단해 관할 보건소에 신고 조치키도 했다.

여기에 앞서 9월 말에는 삼성화재·KB손해보험 등 5개 손해보험사가 백내장 수술환자 부당 유인으로 서울 강남 소재 5개 안과에 대해 공동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 4세대 실손보험 전환 1% 수준 그쳐…갈 길 멀다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는 지난 7월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의료 서비스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되는 4세대 실손보험을 선보인 바 있다. '쓴 만큼 내는 보험료'를 골자로 한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에 대한 자기부담금이 구세대 실손보험보다 높아 손해율을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은 내년 '4세대 실손보험 가입 안내 센터' 구축을 검토 중이며, 롯데손해보험도 이달 구형 실손보험 가입자를 4세대로 전환한 설계사에게 보험료의 300% 인센티브 지급 등을 법인보험대리점(GA)에 공지하는 등 기존 실손보험의 4세대 전환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보험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22만건으로 전체 비중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런 상황에 대해 인정하며,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을 예고했다. 보험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인상은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급여 등 보험사의 적자 상황, 심각한 손해율은 공감하고 있다. 이를 지속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이에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 부담, 가입자 형평성 등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한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