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세금 부담'·임차인 '전셋값 부담'…월세 전환 가속
집주인 '세금 부담'·임차인 '전셋값 부담'…월세 전환 가속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12.0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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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아파트 임대 거래 중 월세 비중 36% '역대 최고'
공급 대비 수요 늘면서 월 임대료 오름폭도 지속해서 확대
서울시 노원구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노원구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집주인의 세금 부담과 임차인의 전셋값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하는 모습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36%를 기록 중이다. 월세 공급 대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 오름폭도 계속 커지고 있다.

7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반전세를 포함한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6만28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총 6만573건으로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아직 12월이 20여일 남은 만큼 올해 전체 거래량이 작년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36.48%로 역대 최고던 2016년 34.57%를 이미 넘어섰다. 월세 가격도 오름세다.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지난 2019년 5월 이후 지속 상승하며 작년 11월부터 계속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 중이다.

전문가들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느끼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예금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보증금 인상분에 대해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 형태 물건이 많이 출현하게 된다"며 "전세 재계약의 경우 인상 폭이 5% 이내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변화들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종부세가 부과된 지난 6월1일을 기점으로 월세 상승 폭은 더 커졌다.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 변동률은 올해 4~5월 0.07%를 기록하다가 6월 0.20%로 뛰었고, 9월과 10월에는 각각 0.30%대로 오름폭이 더 커졌다.

세입자가 전셋값 상승으로 늘어난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반전세 등 월세를 선택하는 상황도 월세 전환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지난 10월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월세수급동향은 110.6을 기록하며 작년 6월 이후 현재까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전세난 심화로 인해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자금 부담으로 인해 월세 전환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2년 재계약 한 가구들의 계약 만료 시점이 내년 하반기부터 찾아오기 때문이다.

권일 팀장은 "매매가와 전셋값의 갭이 줄어들면 구축 단지 위주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도 있겠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매매가 어려운 경우에는 월세로 전환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