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와대가 부른다…'이목지신' 차례
[기자수첩] 청와대가 부른다…'이목지신' 차례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1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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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연말 4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한다. 청년 일자리창출에 대한 감사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들린다.

아직 만남이 확정된 건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무리하게 회동을 생각한 만큼 어떤 의미가 담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초점은 기업의 청년일자리 창출이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직접 그룹 주요기업 현장을 방문해 총수들로부터 일자리 약속을 받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한 감사를 직접 표출하겠다는 얘기인데, 만남 자체가 일자리 창출 실행에 대한 추가 압박 자리로 비춰질 가능성도 생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이 3만개, 정의선 회장의 현대자동차가 4만6000개, 최태원 회장의 SK가 2만7000개, 구광모 회장의 LG가 3만9000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김부겸 총리는 오너기업이 아닌 포스코와 KT에게도 각각 2만5000개, 1만2000개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들을 통해서만 총 17만9000개의 일자리를 탄생 시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경영악화로 채용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일자리창출 여력은 더 줄어든다.

실제 재계 5위 롯데의 주력기업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이후 고용인원 5000명을 감축시켰다. 즉 기업은 표시를 내지 못할 뿐 일자리창출에 대한 부담을 안고 속앓이 중일지도 모른다.

이에 이같은 상황을 감지한 청와대가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11월21일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청년희망온(ON) 프로젝트는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큰 의지를 나타냈다. 이 프로젝트가 김 총리 주도의 청년 일자리창출 사업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정권 말기 성과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총수들과의 만남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낸다는 계획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업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환경 등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를 개선하고 세제 등 관련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핵심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이목지심(移木之信)’을 보여줄 차례다. 나무를 옮겨 믿음을 얻는다는 뜻. 진나라 재상 상앙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정이 약속을 지킨다는 걸 믿게 됐다는 의미다.

김 총리는 4대 그룹에 이어 향후 업종별 일자리창출에 나설 것임을 암시한 상태다. 문 대통령이 연말 총수들과 만나게 된다면 감사를 포장한 ‘압박’이 아닌 규제완화 등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기업이 믿게 만들어야 한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