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타버스' 혁신과 거품 사이
[기자수첩] '메타버스' 혁신과 거품 사이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1.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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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 3차원 가상세계) 열풍이 뜨겁다. 심지어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10월 말 페이스북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 메타는 메타버스에서 따왔다.

메타버스는 가공을 의미하는 메타에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똑같은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일각에선 메타버스가 거품이라고 말한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시기 자주 등장했다가 사라진 용어 '유비쿼터스'와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시장에 제대로 된 메타버스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은 것도 '거품론'을 부추긴다.

메타버스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하고 해당 정의도 사람마다 달라서 의견을 통일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메타버스는 먼저 경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지스타2021 미디어 간담회에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아직까지 메타버스의 정의가 통일돼 있지 않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나오는 '오아시스'가 궁극적인 메타버스 모습이다"며 "새로운 정체성으로 다른 존재로 살아갈 수 있고 그 안에 경제가 있다는 것이 메타버스다"고 말했다.

박관우 위지윅스튜디오 대표이자 컴투스 최고 메타버스 책임자(CMVO)는 "단순한 플랫폼은 진정한 메타버스가 아니라 서비스에 불과하다"며 "가상의 사람이 모였다고 메타버스가 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사회, 경제, 문화 시스템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서 경제가 돌아가면 그 안에서 일자리를 찾고 수입이 생겨 소비하면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면 메타버스가 실생활과 떨어질 수 없을 것이라 본다. 장현국 대표는 성별이나 외모 등 다른 정체성으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 메타버스는 매력적인 대안처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거대한 변화를 알리는 물결에는 모두 '거품'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보급될 때 실체가 없는 서비스라고 무시했던 사람이 있던 반면, 네이버나 다음을 키운 창업자도 존재했다.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소개하고 앱 스토어 생태계를 만든다고 했을 때 지나가는 유행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 나오고 구글 스토어가 가세하면서 현재 대다수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지는 세상으로 변했다. 인터넷과 앱 서비스 모두 초기에는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무시 받았지만 실생활과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메타버스도 지금 같은 실험대에 올라와 있다. 메타버스가 세상을 바꿀 혁신인지 아니면 지나가는 거품인지는 시간만이 확인해줄 수 있지만 거대한 변화를 알리는 시작점은 분명해 보인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