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보험금 청구 간소화]④ 보험사, 손해율 개선 "전산화가 해법"
[갈 길 먼 보험금 청구 간소화]④ 보험사, 손해율 개선 "전산화가 해법"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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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통제로 과잉진료 등 손해율 개선
인력·비용·시간 등 업무 효율화 이점도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편집자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특히 우리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금융환경은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에서 클릭 몇 번으로 계좌를 만들고, 금융거래를 하고,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보험금 청구는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10년 넘게 공전하는 이유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 보험 소비자 편의를 향상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최근 보험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강남 5개 안과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커까지 고용하며 부당한 방법으로 백내장 수술 환자를 유인했기 때문이다. 이들 안과 병원은 백내장이 없거나, 초기인데도 백내장으로 수술을 받도록 해 보험금을 챙겼다. 이를 통해 브로커에게는 최대 100만원, 환자에게는 환급금 최대 50만원과 숙식까지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업계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백내장 질환 관련 보험금은 약 7000억원으로,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9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가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도입을 기대하는 속내도 여기에 있다. 천차만별로 다른 비급여 진료비 데이터가 중개 기관을 통해 쌓이고, 관리 및 통제를 통한 비급여 표준화로 손해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969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7838억원) 대비 1858억원 늘었다. 

3분기 말 손해보험사는 보험료로 6조3576억원 걷고, 보험금으로는 8조3273억원을 지급했다. 이에 따른 위험손해율은 131.0%다. 보험료 수입이 100원이면 보험금으로 130원이 나갔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4분기 보험금 청구가 많은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손실 예상액은 최대 2조9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생명보험사 실손보험의 손실액을 합산할 경우 올해 실손보험 적자는 3조6000억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 5000억원 보험금 추가 부담에도 환영, 이유는?

만약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도입되면 이전까지 소액이라서, 귀찮거나 잊어버린 경우, 청구 절차가 복잡해서 등 청구하지 않았던 보험금까지 자동으로 청구된다. 이러한 추가 보험금 지급액은 연간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5000억원의 보험금 부담이 가중되는데도, 보험업계가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원하는 이유는 '비급여 관리 및 통제'에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비급여 비용은 의료기관이 관리하게 돼 있으며 의원 위법상 보험금 청구외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없게 돼 있다"면서 "만약 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이뤄질 경우 심사평가원 등 전산화를 위한 보험사와 의료계 중개 기관에 비급여 데이터가 저장될 것이고, 이를 보건복지부 등 정부 차원에서 관리 및 통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 의료계 데이터가 중개 기관으로 쌓이게 되면, 적게는 몇십 배, 많게는 수백 배까지 차이 나는 비급여 내역에 대해 의료계의 자체적인 비용 축소에 들어갈 수도 있고, 정부가 나서 기관별 심사 및 단속으로 비급여를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통해 보험사는 적자구조의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 전산화로 인건비 등 업무 관련 비용도 절감

아울러 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도입되면 연간 4억장에 달하는 종이 문서를 처리하는 인건비와 시간 등 비용 감소 및 업무 효율도 개선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면 종이 문서를 수령, 심사하고 전산에 입력, 보관하는데 드는 인력과 시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면서 "또 청구 전산화를 통해 업무 효율화가 이뤄지면 해당 인력의 업무 재배치를 통해 서비스가 강화되는 등 서비스 품질 향상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실손보험 청구 건은 연간 1억건에 달한다. 이에 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도입되면 영수증과 진료명세서, 소견서 등 연간 4억장의 종이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연간 115억t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4만 그루의 나무를 보호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통해 업무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중간결제기업을 통한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기존 주당 45시간에서 50시간이 소요되던 행정적 절차가 전자 청구 이용 후 주당 25시간에서 30시간으로 40% 이상 절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도 많은 번거로움이 있지만 보험사에서도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보험가입자가 제공한 서류를 다시 시스템에 입력하는 작업 이후 심사한다"면서 "더욱이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서류로 개인정보보호법에 준하는 관리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김보람 기자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