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녁이 있는 삶'과 현실성 있는 노동정책
[기고] '저녁이 있는 삶'과 현실성 있는 노동정책
  • 신아일보
  • 승인 2021.11.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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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제68차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대한민국을 선진국 대열로 인정한 바 있다. 그림에도 아직도 우리는 저녁을 먹을 수 있게 해 준 것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가? 과연 우리는 오늘 저녁 어떤 메뉴를 어떤 마음으로 먹어야 할까?

저녁이 주는 의미는 오늘 하루도 수고한 당신은 마땅히 정성 가득한 한 끼를 대접받고, 이를 통해 오늘의 묵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리고, 또 내일을 위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귀한 시간과 음식을 말한다. 지금껏 정부가 추진해 온 우리의 노동정책은 과연 우리에게 이러한 시간과 음식을 만족하게 제공해 주었는지 묻고 싶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왔던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의 노동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던가? 집권 초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중소상공인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초래하였고, 이 와중에 코로나 19까지 발생하면서 이들은 극한 한계에 몰렸다. 이는 오히려 고용 악화로 인하여 최악의 취업난으로 이어졌으며, 역설적이게도 집권 후기에는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기록을 남기며 급제동이 걸린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를 위한 노동정책을 강조하며, 강하게 추진하여 왔으나, 이를 감당해야 할 몫은 결국 영세 소상공인들이나 자영업자들, 그리고 노동자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진정으로 책임을 감당하고 부담해야 할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은 현 정책으로 인하여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연 결과는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으며, 그 결과는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 또한 모순 덩어리였다. 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노동시간만 줄인다면 기업경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로 이 기업은 도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산업특성에 맞게 노동시간 단축을 유연하게 적용해주는 보완책이 없다면 이러한 획일적 정책은 부작용으로 인하여 결국 노동시장에 그 피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반복적인 중대재해로 인해 끊임없이 발생되는 노동자의 사망소식에 가족들과 우리 국민의 가슴이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그 의미가 무색하게 구색만 갖추고 있는 형색이다. 산재사망사고는 대부분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시행자체를 3년이나 유예시키고, 5명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제외시켜 알맹이 빠진 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즉, 이 법에 따르면 대기업 경영책임자들은 형사책임과 징벌적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하여 미꾸라지 빠져나가듯이 빠져나가게 되고, 돈 없고 성실하기만 한 영세경영자들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벌받게 되는 폐단만 발생하게 될 수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피맺히게 외치며 분신했던 전태일 열사가 생각난다. 그 열사의 동상 후면에는 "손잡아 하나 되어라"고 새겨진 글이 있다. 이제는 노사정 모두가 손을 잡고 원팀을 구성해 지혜를 모아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다. 

뜬구름과 같이 이상으로만 색칠한 허황된 정책이 아니라 국민 생활을 책임질 현실적인 정책을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할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국민들이 먹을 저녁과 삶을 지탱할 수 있다. 

/김명수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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