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값 아파트에 달린 '실효성 물음표'
[기자수첩] 반값 아파트에 달린 '실효성 물음표'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11.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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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쏘아 올린 '반값 아파트'가 화두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맷값이 지난달 국민은행 조사 기준 강남 지역 14억4865만원, 강북 지역 9억7025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강남권에 5억원대, 이외 지역에 3억원대 주택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김 사장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양질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 시민의 주거 불안을 해소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반값 아파트는 공공이 토지를 소유한 상태에서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된다. 집값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땅값이 빠지는 만큼,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 대신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월마다 지급해야 하는 사실상 반전세 형태를 띤다. 

여기에 과거 '로또 분양' 논란이라는 전례를 피하려고 수분양자(분양받은 사람)가 공공기관에만 되팔 수 있도록 하는 환매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외에 SH 등 지방 공기업도 토지임대부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앞서 토지임대부 주택은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7~2012년까지 경기도 군포시와 서울 서초·강남구에서 각각 공급됐다. 군포의 경우 입지 문제와 토지임대료 부담 등으로 인해 90% 이상이 미분양돼 결국 2009년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서울은 환매 의무가 없어 수분양자들이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으면서 로또 분양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자취를 감췄던 토지임대부 주택은 한동안 지속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주거 불안을 해소할 대안으로 얘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각각 기본주택과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집 주택 등 토지임대부 방식을 통한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 공급 의지를 밝혔다.

다만, 취재 중 만난 부동산 전문가들은 반값 아파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내비쳤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일부 수요는 있겠지만,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없다는 측면에서 대다수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 형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공유지를 활용해야 하는 반값 아파트의 특성상 대량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반값 아파트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의 이유로 거론됐다. 김헌동 사장이 제시한 공급예정지에 아파트를 짓는 것이 토지활용도 측면에서 최적의 방안일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반값 아파트 등 여러 가지 이름의 토지임대부 주택은 앞으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아직은 기본적인 개념과 대략적인 방향 정도가 나온 상황이다.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구체적인 안보다는 개략적인 개념에 기반한다.

반값 아파트가 과거 보금자리주택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고, 수요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면서 시장 안정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되길 바란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