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SWOT⑦] 치킨 대명사 '교촌', 외연 확장 고심
[박성은의 SWOT⑦] 치킨 대명사 '교촌', 외연 확장 고심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1.2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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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업계 1위, 안정적 성장으로 프랜차이즈 첫 직상장 '자부심'
소진세 회장, 수제맥주·HMR 다각화…치열한 경쟁·후발주자 극복 과제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1위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소진세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편집=고아라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1위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소진세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편집=고아라 기자]

교촌치킨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최강자다. 업계 최고 수준의 가맹점 매출과 0.1%에 불과한 폐점율은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프랜차이즈 첫 직상장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소진세 회장(71·사진)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교촌’을 강조하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장 이후 수제맥주·가정간편식(HMR) 등 사업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다만 치열한 시장 경쟁과 후발주자란 점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 회장이 가맹사업이란 특수성을 띤 교촌을 어떻게 도약시킬지 업계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   

◆강점: 0.1% 폐점률, 안정적 성장

교촌에프앤비의 교촌치킨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코스피 직상장 프랜차이즈 1호 등 자부심 가질만한 타이틀이 많다. 치킨은 물론 외식업계 전반으로도 교촌의 위상은 높다.

교촌은 2014년부터 bhc·BBQ 등 경쟁자를 따돌리고 매출 기준 국내 치킨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연매출 300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후 지난해엔 4476억원(연결기준)으로 매년 새 기록을 작성해 왔다. 전국의 1300여 가맹점을 포함한 전체 매출은 1조원을 넘는다. 최근 3년간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은 2018년 6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7억4000만원으로 가파르게 오르며 업계 최고를 자랑한다. 폐점률은 0.1%도 안 되는 업계 최저 수준이다. ‘가맹점 돈 벌게 하는’ 프랜차이즈 업의 본질에 충실하단 평가와 함께 탄탄한 경쟁력으로 코스피 직상장이 가능한 결정적 이유다.   

교촌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몇 안 된 프랜차이즈 기업 중 하나다. 권원강 창업주가 2019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이 그 해 4월 교촌을 이끌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됐다. 대기업의 전문 경영 시스템 도입으로 기업가치와 가맹사업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권 창업주의 결단이었다. 

지난해 11월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코스피 직상장에 성공한 교촌. [사진=교촌에프앤비]
지난해 11월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코스피 직상장에 성공한 교촌. [사진=교촌에프앤비]
권원강 교촌치킨 창업주. [사진=교촌에프앤비]
권원강 교촌치킨 창업주.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은 소진세 회장 체제에서 본업인 치킨을 중심으로 신메뉴 출시와 간편식(HMR)·수제맥주 등 수익원 다각화에 힘쓰며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성장은 거듭되면서 숙원사업인 IPO(기업공개)까지 성공했다.  

코스피 데뷔 1주년이 된 교촌은 여전히 치킨업계 최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올 1~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누계는 37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3% 늘고, 영업이익은 13.9% 증가한 323억원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약점: 확실한 신사업 부재

소진세 회장은 코스피 상장을 발판으로 제2 도약을 위한 행보를 예고했다. 수제맥주와 펫(Pet) 사료, 건강기능식품·조미 소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 닭고기 간편식 등을 새 먹거리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 확실한 신사업이라고 불리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교촌은 올 5월 120억원 규모의 투자로 LF의 자회사 인덜지의 수제맥주 제조사업 인수에 이어 8월엔 강원 고성에 ‘문베어브루잉’ 공장 가동으로 수제맥주 사업을 본격화했다. 최근엔 롯데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통해 ‘교촌치맥’을 공급하며 B2C(기업 대 소비자)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국내 수제맥주시장 성장세가 크고 치맥(치킨과 맥주)이 일상화된 가운데 본업인 치킨과 이질감 없이 접근할 수 있단 점에서 주력 신사업으로 낙점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수제맥주 종류와 채널이 갈수록 다양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교촌의 맥주사업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식음료·외식·유통채널·호텔 등 다양한 업계에서 수제맥주를 활발히 내놓으면서 관련 시장규모는 2017년 433억원에서 지난해 1180억원으로 2.7배 성장했다. 점유율 1위인 제주맥주(약 29%)를 비롯해 세븐브로이·카브루·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 플레이어들이 많다. 국내 맥주 1위 오비맥주와 최대 음료기업인 롯데칠성음료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치킨업계 1위가 진출했지만 후발주자로서 기대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다. 

올 8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교촌의 '문베어브루잉' 수제맥주 공장 개장식. 사진 가운데는 소진세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올 8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교촌의 '문베어브루잉' 수제맥주 공장 개장식. 사진 가운데는 소진세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편의점 롯데 세븐일레븐과 협업으로 기획한 '교촌치맥' 캔맥주. [사진=세븐일레븐]
편의점 롯데 세븐일레븐과 협업으로 기획한 '교촌치맥' 캔맥주. [사진=세븐일레븐]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우리는 최첨단 맥주 생산설비와 1300여개의 가맹점 인프라를 갖췄다”며 “본사와 가맹점이 윈윈(Win-win)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펫 사료와 건강기능식품·조미 소재 사업은 여전히 검토 중이다. 닭고기 간편식도 경쟁 난립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닭가슴살 업계 1위 ‘아임닭’ 인수에 뛰어든 것도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기회: ‘글로벌 교촌’…2025년 25개국 진출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2위 bhc와 3위 BBQ(지난해 매출액 기준) 간의 오랜 법정 다툼은 교촌에게 득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브랜드 사이엔 영업비밀 침해 등 20여건의 소송 건이 진행 중이다. 법정 소송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양 사의 에너지 소모는 클 수밖에 없다. 소송이 대외적으로 공개될 때마다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 교촌은 공교롭게도 bhc와 BBQ 간의 다툼이 시작된 2013년 이듬해인 2014년부터 업계 1위를 꿰차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킨시장 규모는 7조474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KB금융지주가 발표한 ‘치킨집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선 국내 치킨집만 8만7000여개(2019년)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3만8000여개)보다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대한민국은 치킨공화국’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국내 치킨시장은 포화된 지 오래다. 교촌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소 회장은 취임 때와 지난해 코스피 상장, 올 3월 주주총회 등 주요 자리마다 ‘글로벌 교촌’을 강조했다.  

올 4월 교촌은 중동시장 진출을 위해 UAE 두바이 현지업체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한 모습. 사진 가운데는 소진세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올 4월 교촌은 중동시장 진출을 위해 UAE 두바이 현지업체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한 모습. 사진 가운데는 소진세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은 2007년 미국 진출 이후 지난해까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중국 등 6개국에 42개 매장을 개설했다. 소 회장은 올 들어 싱가포르, UAE 두바이에서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을 진두지휘했다. 교촌은 올 3분기 기준 15개국 54곳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도 해외사업을 차근차근 확장하고 있다.

매장 수는 말레이시아가 30개로 가장 많다. 이어 인도네시아 11개, 중국 6개, 태국 5개, 미국 2개 순이다. 교촌은 연내 MF 계약을 맺은 중동 매장을 순차적으로 연다. 중장기적으론 2025년까지 25개국에 537개 매장을 출점하고 해외 매출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위기: 성장동력 발굴과 가맹사업 충돌 여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에 운영 중인 치킨 브랜드만 470여개가 넘는다. 2015년부턴 폐업 건수가 개업 건수를 앞지르고 있다. 국내 치킨업계가 레드오션(Red ocean, 경쟁 과포화) 시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이다. 

교촌은 본업인 치킨에 충실해 업계 1위를 꿰찼지만 다른 한편으론 치킨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미래 성장에 장애가 될 가능성도 가졌다. 경쟁자인 bhc는 한우와 순댓국, 소고기, 족발까지 사업 외연을 확장한데 이어 최근 국내 스테이크하우스 1위 ‘아웃백’까지 인수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포트폴리오 확장은 몸집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한쪽으로 편중된 사업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교촌은 코스피 상장 첫 날인 지난해 11월12일 시초가는 공모가의 약 2배인 2만3850원이었다. 1년여가 지난 11월22일 종가 기준 1만7850원으로 25% 가량 하락했다.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선 단기적으론 매장 확대, 중장기적으론 새로운 동력 발굴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업권 침해 등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빚어질 여지가 크다. 교촌은 동반성장을 강조하지만 가맹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단 의미다. 재도약을 꿈꾸는 교촌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촌에프앤비 본사. 2023년 5월엔 판교 신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에프앤비 본사. 2023년 5월엔 판교 신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에프앤비 매출액과 매장 수 현황. [출처=공정위·금융감독원, 그래프=박성은 기자]
교촌에프앤비 매출액과 매장 수 현황. [출처=공정위·금융감독원, 그래프=박성은 기자]

교촌 관계자는 “(성장과 리스크 관리에서) 가맹점과의 영업권 보호가 최우선 원칙”이라며 “양적 성장보단 내실을 강화하는 질적 성장에 맞춰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촌은 최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치킨값 인상을 단행했다. 2014년 일부 부분육 메뉴 이후 7년 만이다. 교촌 허니·오리지널 등 대표메뉴 가격을 최대 2000원 올렸다. 가맹점 수익성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일부에선 가격인상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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