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성분 극복하고 쏘아올린 큰 공, '우리금융 인수전'
출신성분 극복하고 쏘아올린 큰 공, '우리금융 인수전'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1.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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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PE·KTB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두나무·사주조합 등 5개사 선정
23년만의 완전 민영화…이번 매각으로 지분 9.3% 매각 '나머지 5.8%도 곧 처리'
우리금융지주 본사.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본사. (사진=우리금융지주)

명실상부 23년만의 완전 민영화다.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희망수량경쟁입찰에서 총 5개사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예금보험공사는 2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낙찰자 결정(안)' 의결을 거쳐 최종 낙찰자 5개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진그룹 계열 사모펀드(PEF)인 유진PE가 우리금융 지분 4%를 인수한다. 유진PE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해 경영에도 참여한다. 한편 KTB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1%) 등 비율로 인수하게 된다.

이번에 매각 대상이 된 주식은 전체 지분의 9.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모든 낙찰자들의 입찰 가격이 1만3000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관심에 높은 가격선을 불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고로 지난 4월 블록세일 주당 가격은 1만335원이었다. 

공자위는 이번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약 8977억원이 회수될 것으로 추산한다. 매각이 완료되면 우리금융에 투입된 12조8000억원 중 12조3000억원(96.6%)을 회수하게 된다.

나머지 회수 전망도 나쁘지 않다. 공자위는 "향후 잔여지분(5.8%)을 1만 193원 이상으로만 매각하면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이 종료되면 예보의 지분은 5.8%로 축소돼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한다. 사외이사로 유진PE가 추천되며, 예보가 추천하는 비상임이사 1명이 제외된다. 이에 따라 유진PE 스타일의 사외이사 추천에 당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날 유진저축은행을 매각한 바 있는 유진그룹이 유진PE를 통해 이번 성과를 따낸 점은 와신상담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유진PE는 우리금융지주 소수지분과 KG ETS 인수전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관심을 불러모았다. 그룹 지원과 대규모 블라인드펀드 조성 등으로 실탄을 충분히 갖고 이런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뒷배는 사실상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더욱이 우리금융의 경우 지분 인수 의미와 효과가 더 크다. 단순히 주가 상승, 배당 등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에 더해 우리금융 이사회 진입을 통해 '금융사업 확대 경험의 축적'을 꾀하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기준 강화로 금융회사 경영권 인수가 어려워진 가운데서도 유진PE를 통한 소수 지분 확보로 이런 실속을 챙긴 것에 과단성 있다는 평이 나온다. 유진그룹 지주사격인 유진기업은 레미콘 담합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주주적격성 심사 통과가 어렵게 되자 최근 유진저축은행을 매각했지만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로 금융권에 메시지를 남겼다.

가상화폐 관련 기업인 두나무도 출신성분의 벽을 깨 박수를 받고 있다. 두나무는 막강한 자금력, 인수 의지를 기반으로 후보자 중 가장 높은 가격인 1만4000원 이상을 써냈다는 후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두나무가 충분한 실탄에도 지분 1%를 가져간 점을 놓고 전략적 투자자(SI)의 한계라거나, 가상화폐 관련 업체의 한계로 비율을 적게 받은 데 그쳤다고 상황을 요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자위 등 당국에서 어느 정도 거부감까지는 몰라도, 두나무의 빠른 제도권 진입 자체를 막을 정도의 극심한 반대 심리는 갖고 있지 않음이 이번에 확인됐으므로 그 부분은 충분히 긍정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은행을 거느린 금융지주 지분을 가진 가상화폐 거래소가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자체의 의의가 오히려 더 중요하고 앞으로의 여파도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이번에 지분 인수를 하게 된 기업들 중 유진과 두나무 등에 그래서 한층 더 시선이 모아진다. 우리금융이 대한제국 시절 민족은행인 천일은행으로 세워진 후 갖은 세파에도 꾸준히 도전정신으로 살아남아 온 스토리텔링에 이 두 곳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한편, 이번 지분 매각으로 완전 민영화를 이루게 됐음에도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흥분보다 앞으로를 준비하는 데 시선을 두는 양상이다. 아직 대금 납입 등 여러 절차가 남았고 사외이사 추천권 변경 등 상황이 있긴 하지만, 변동성에 회사 전반이 일희일비할 요소는 적을 것이라는 대응 자세인 셈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향후 새로 정식 이사회가 구성되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의견을 모아 열심히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