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미·중 갈등 필연적 아니라지만…올림픽·화웨이 보이콧 지속 전망
키신저, 미·중 갈등 필연적 아니라지만…올림픽·화웨이 보이콧 지속 전망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1.2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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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전임 트럼프 행정부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 연장 기조
G2 공존 택할 글로벌 외교-경제 질서 여건 여부에 회의적인 듯

헨리 키신저 전 국무부 장관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갈등 조정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여전하다.

키신저 전 장관은 21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CNN방송에 출연해 "모두가 중국에 대해 매파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기로 결심했고, 그것이 주요 목표라고 추측한다"고 짚었다. 그러나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필연적으로 반드시 경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백악관이 다른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고도 해석해 눈길을 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이 소련을 따돌리고 중국과 협상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미국 외교의 대부로 꼽힌다. 중국이 '죽의 장막'을 걷고 나오면서 냉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해 글로벌 평화 구도 조성에 큰 이득이 됐기 때문. 아울러 중국 입장에서도 이때 미국과 협력한 정책적 선택은 오늘날 글로벌 G2의 지위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는 셈이라 큰 의미가 있다.

그가 이번 발언을 내놓음으로써, 양국은 당시의 외교적 성과를 함께 돌이킬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외교사적 레토릭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나갈 필요가 여전히 높다는 어젠다를 제기한 것으로도 현실적 의의가 있다.

그러나 외교 당국자들이나 경제 주체들이 이런 원로의 외교 상황 분석과 정책적 조언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또다른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이 처한 국제외교 및 국제경제 상황이 이미 협상을 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갇혀 있어, 키신저식 조언이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집행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 지난 15일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번져서는 안 된다면서 '상식적인 가이드레일'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화상 정상회담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화상 정상회담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그러나, 회담 사흘 뒤 바이든 대통령은 올림픽 보이콧이라는 외교적 초강수를 둬 모처럼만의 회동 효과에 찬물을 끼얹었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미국 외교 사절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한 것.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외교적 보이콧 검토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인권 관행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제적으로도 실제로 온기가 도는 정책적 움직임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질적 조치를 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정상회담의 '표면적' 발언 기조와는 달리 계속 긴장을 이어가려는 게 아닌지 의문을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화웨이 제재 유지'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화웨이·ZTE 퇴출 등 대중 강경 정책은 변함 없이 추진하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7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통신망 구축에 18억9500만달러(약 2조1700억원)를 배정한 예산안에 따라 (화웨이와 ZTE 장비 철거) 명령을 채택한다"고 선언했다.

중국 측에서는 이에 불만을 갖고 있다.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앞세워 중국 기업을 탄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화웨이와 SMIC 같은 자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취소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정부가 집권 전 전망과 달리 중국에 대한 강경대응책을 이어갈지가 주목되고 있는 게 현재의 키포인트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만 해도 '공산당의 치어리더'라는 오명까지 쓴 바 있는데, 친중 전망을 완전히 뒤집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상으로 대중국 긴장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거칠게 공격하면서도 패권주의 외교를 펼친 기조를 그대로 가져 가는 게 미국 안보를 위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외교적 판단에 그치지 않고, 팬데믹으로 경색을 겪은 경제 질서에서 중국 때리기가 유리하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키신저식 조언이 당분간 수용될지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 이 부분인 셈이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