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뒷받침 평소 업무처럼 어려운 이웃사정 눈여겨 보고 고심
금감원 협력 얻어내면서 범금융권 행사, 안정적 지원책 실현시켜
어린 동생을 업고 있는 바가지머리 여자아이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던 '몽실언니', 이 동화는 한때 드라마로도 제작돼 국민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고 권정생 선생은 이 글에서 어렵던 시대를 살아가던 맏이를 형상화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작은 일에도 큰 원인이 있다면서 남달리 용서할 줄 알고 남달리 분개할 줄 아는 '좀 다른 눈'을 가진 인물을 그려냈다. 단순히 어렵던 시대, 동생들보다 더 고생하던 맏이들을 추억하는 수많은 글 중 하나가 아니라, 살아있는 맏이의 역할을 제시해 남다른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셈이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금융권 합동 사랑의 연탄나눔'이 올해도 무사히 열렸다. 금융감독원이 주축이 되고 수많은 금융 유관기관들이 참여한다. 금년 가을부터 새 수장으로 부임, 팬데믹 극복 위기국면을 지휘하느라 눈코 뜰새 없는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도 직접 연탄봉사에 동참, 여러 금융기관 임직원들과 함께 일손을 보태고 담소를 나눴다.
이처럼 거국적인 행사가 가능하게끔 탄생한 배경엔 화려하지 않지만 숨은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해 나가고 있는 '금융권의 몽실언니', 서민금융진흥원이 있다. 이계문 서금원장은 햇살론과 사잇돌 등 서민들이 도탄에 빠지지 않도록 금융 방어선을 든든하고도 다양하게 쳐 주는 역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원장은 서금원의 쌍둥이 기구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도 겸해 서민들의 금융 생활을 돕고 때로 패자부활전까지 거드는 역을 수행한다.
서금원에서 연탄은행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가을. 연탄은행 측에서 "코로나19 이후 연탄 기부에 어려움이 많은데 연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해 왔다.
평소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장 잘 알고 해결해 주는 데 열성적인 서금원을 금융권 대표로 떠올린 것. 작은 어려움 뒤 큰 원인을 볼 줄 알고, 이를 해결하는 몽실언니 같은 일에 특화돼 있던 서금원 직원들은 이를 흘려 보내지 않았다. 당시 이 사정을 상부에 보고했고, 이 원장의 결단으로 금감원에 도움을 요청, 지금처럼 거대한 온정의 행사가 범금융권의 손을 모으는 축제로 태어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금감원의 흔쾌한 판단과 지원에 힘입은 것이지만, 서금원 측의 눈썰미가 가장 중요하게 작동한 성과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합동 행사 이전에도 금감원은 동절기를 힘겹게 보내는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연말 연탄 나눔 활동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이런 온정이라면 범금융권 행사도 지원, 기획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도 바탕에 깔렸다.
이렇게 거국적 행사의 탄생이 가능하게 한 서금원의 노력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8개 기관 참여에서 2021년 두번째 행사에서는 참여 기관이 2곳 더 늘었다. 정은보 금감원장이 19일 도봉구에서 열린 연탄배달행사장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이 이 건에 대해서는 워낙 큰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까…"라며 잠시 따로 치하를 할 정도다.
이 행사의 산파 격 중 하나로 알려진 한 서금원 관계자는 극구 개인적 소감을 나타내기를 마다했다. 다만 "올해 많은 곳에서 관심을 보여줬는데, 행사 준비와 마감 때문에 막판에 참여하지 못한 곳도 있었을 정도"라면서 "그래서 내년에는 3곳의 기관이 더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하면서 뿌듯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