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잼' 대선
[기자수첩] '노잼' 대선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1.11.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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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아니다'라는 뜻의 영단어 'NO'에 재미를 더한 말이다. 한마디로 재미없다는 거다. '노잼'은 요즘 대선판을 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현재 대선판 기상도는 꼭 가을 날씨 같다. 대체로 서늘하고, 일교차도 크다. 거대 양당 두 후보는 지지자 사이에서는 뜨거운 지지를 받지만 민생 현장에 나와 보면 아직 냉랭한 기운이 감돈다. 선거철에만 느낄 수 있는 묘하게 들뜬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번엔 누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보다는 '이번엔 누구를 뽑아야 할까'라는 판단을 유보한 말이 떠다닌다. 

최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의뢰, 지난 12~13일 전국 성인남녀 1009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가상 양자 대결에서 두 후보 지지율은 각각 50.2%, 36.0%였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12.0%, '잘 모름'은 1.8%였다. 아울러 75.3%는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밝혔지만, 20.6%는 바꿀 수도 있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잘 모름'은 4.1%다.

누군가는 여기서 대세론을 읽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13.8%와 지지 의사가 굳건하지 않은 24.7%에 주목하고 싶다.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건 소수의견이니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벼락거지' 등 자조 섞인 신조어를 만들었다. '50억 퇴직금',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도 살 수 있는 예쁘고 따뜻한 개천'은 우리의 '주제'를 알게 했다. 정치가 국민에게 '정치는 당신의 삶을 바꿔주지 않습니다'라고 학습시켜준 셈이다. 

지난 17일 나온 통계청 '2021 사회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본인 세대에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 사람은 60.6%다. 성인 남녀 10명 중 6명은 이미 계층 상승 기대를 상실한 상태라는 의미다.

거대 양당 후보나 그 가족이 각종 의혹에 휩싸인 현재 상황은 유권자에게 결국 다 '거기서 거기'라는, 확증 편향을 주고 있다.
흔히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선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유권자 마음을 간질이는 봄바람 정도일 정도라도, 그의 됨됨이나 인간미,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정책을 더해 세상을 뒤흔들 돌풍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러나 아직 대선판은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다. 

대선 투표일이 4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왜 여전히 대선 열기는 미온적인가. 돌풍은커녕 봄바람조차 불지 않는가. 대선후보들 스스로 치열하게 성찰해야 할 문제다. '누가 당선돼도 상관없는' 무료한 대선은 그만 보고 싶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