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수처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기자수첩] 공수처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1.11.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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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결정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함께 대선정국의 막을 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이른바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으로 각각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역대 대선정국을 살펴보면 유력 후보에 대한 수사가 한계를 드러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병풍’ 사건은 선거가 끝난 후 허위로 드러났고, 2007년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은 11년이 지나서야 진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는 검찰이 선거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논리로 정치적 고려를 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쯤에서 공수처의 존립 근거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공수처는 72년간 지속된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대한 반대급부로 탄생했다. 검찰이 하지 못했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해내야 하는 것이 공수처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16일 ‘출범 300일’을 맞은 공수처의 행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수사에 착수한 12건 중 결과를 낸 것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특채 의혹뿐이다. 나머지 11건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특히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체포·구속 영장을 잇달아 청구했다가 기각당하는 등 부실한 수사력은 공수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마저도 현재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4건의 수사에만 혈안이 된 모양새다. 앞서 ‘고발사주’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방해’ 의혹,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 등으로 윤 후보를 수사해오던 공수처는 최근 ‘판사사찰 문건’ 의혹으로 윤 후보를 추가 입건했다.

이에 야당 측에서는 “공수처가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면서 야당 후보 탄압 공작에 총대를 메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대로 윤 후보에 대한 수사가 흐지부지된다면 여당 측에서도 ‘공수처 무용론’을 제기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물론 공수처는 해야 할 일만 하면 된다. 태생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공수처로서는 ‘정치 수사’, ‘봐주기 수사’ 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오롯이 법적 사실만 쫓아 신속하게 수사를 하는 것만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신아일보] 한성원 기자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