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 소멸의 시대, 자치분권 서둘러야
[기고] 지역 소멸의 시대, 자치분권 서둘러야
  • 신아일보
  • 승인 2021.11.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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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선 충청남도의회 의장
 

한국인의 눈은 항상 ‘중앙’을 향해 있다. 전국적인 이슈는 놓치지 않아도 내가 사는 동네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안은 잘 모르는 일이 부지기수다. 중앙정치와 정책 결정이 전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사회에서는 정작 내가 두 발 딛고, 뿌리내리고 사는 지역이 소외되기 일쑤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향해가며 수많은 지역이 소멸의 위험을 안게 됐다. 충남도 마찬가지다. 2015년에는 충남 전체 행정리 4317곳 중 절반가량인 2211곳이 소멸고위험 지역이었지만, 2020년에는 전체 4392곳의 행정리 가운데 71.1%인 3123곳이 소멸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충남만 소멸위험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발표했다. 충남도 9곳이 포함됐지만, 강원과 전남·북, 경남·북 인구감소지역은 각각 10곳을 넘어섰다. 

원칙적으로는 서울도 하나의 지방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서울지방’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서울이 곧 ‘중앙’이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는 자치분권이 시급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수와 삶의 질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지역에 맞는 특화된 행정서비스나 정책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멸을 향해가는 많은 지역들의 생존을 넘어 국가균형발전의 방향을 찾기 위해선 주민이 중심이 되는 자치분권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분권과 국토 균형발전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지방분권은 지방자치를 토대로 이뤄진다. 주민 스스로 지역문제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인 지방자치는 지역민의 삶과 직결된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후, 지역은 느리지만 조금씩 정책 결정과 실행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기능 상당 부분이 지방으로 이양됐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해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지방자치와 지역주민의 삶 또한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가 도입되고, 주민감사 청구인수도 하향조정 되는 등 주민 참여 제도가 확대된다. 지금까지의 지방자치제도가 정부권력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 법 개정은 주민들이 지역에서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다진 것이다.

또 한 가지 반가운 부분은 지방의회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항 개정도 이뤄졌다는 점이다. 단체장에게 있던 의회사무처의 인사권이 지방의회 의장에게 이양되고, 의원정수 2분의 1 범위 내에서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게 됐다. 권한뿐 아니라 책임도 강화됐다. 의원 겸직금지 규정을 구체화하고, 의정정보 등 정보공개에 대한 사항도 신설했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의회가 의회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더 강력한 지방분권을 위한 과제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전문인력 충원이나 입법 권한 강화 등 지방의회의 권한이 더욱 증대돼야 한다.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세원 배분에 대한 논의와 지역공동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지난달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었다. 많은 지역과 매체와 정치권이 지방자치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방분권을 이야기했다. 이번엔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내년부터 달라진 지방자치 제도들이 시행될 것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 중앙에서 지역으로 시선을 돌릴 때다. 내 옆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나의 삶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의회의 전문성과 지방자치단체의 추진력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왜곡된 수도권 일극 체제를 벗어나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김명선 충청남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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