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승부수⑩<끝>] '글로벌 오리온' 외치는 허인철, 미래투자 속도
[식품 승부수⑩<끝>] '글로벌 오리온' 외치는 허인철, 미래투자 속도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1.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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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조원 중국 바이오·헬스케어 시장 겨냥, 포트폴리오 다각화
해외 매출 66% 차지…인도공장 가동, '제2초코파이' 육성 열중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지난 2019년 미네랄워터 '제주용암수'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오리온]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지난 2019년 미네랄워터 '제주용암수'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오리온]

오리온은 허인철(61·사진) 부회장 주도로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드는 등 미래 투자에 적극적이다. 특히 중국에서의 탄탄한 입지를 앞세워 160조원 규모의 현지 바이오 시장을 겨냥하고, 합자법인 설립과 함께 결핵 백신·암 진단키트 기업에 잇달아 투자했다. K-과자에 이어 K-바이오에서도 오리온의 위상을 높이겠단 허 부회장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그는 또 꾸준한 히트상품 발굴과 인도공장 가동 등 글로벌 영토 확장에 공을 들이면서 본업인 제과사업의 경쟁력은 더욱 배가되고 있다. 

◆중국 내 결핵백신·대장암 진단키트 진출 '피보팅'  

오리온의 바이오 사업 투자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피보팅(Pivoting, 외부 환경에 따른 사업 아이템과 방향의 전환)’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오리온은 매출액 기준 지난해 국내 최대 제과기업이다. 글로벌 제과전문지 캔디인더스트리가 올해 발표한 ‘2020 제과업계 글로벌 톱(Top) 100’에선 14위에 자리했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제과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오리온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허인철 부회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코로나19 위기를 기회 삼아 제과에서 바이오·헬스케어로 획기적인 사업 다각화를 꾀하며 오리온의 경쟁력을 배가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올 상반기에 국내 백신기업 ‘큐라티스’, 암 조기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와 잇달아 MOU(업무협약)를 체결하며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 했다. 타깃은 오리온이 오랫동안 인지도를 쌓아온 중국시장이다. 

큐라티스와는 중국 내 청소년·성인용 결핵백신 기술 도입이 목적이다. 앞서 9월엔 50억원을 큐라티스에 투자했다. 오리온은 현재 큐라티스와 관련 기술 이전에 대한 협의와 함께 현지 결핵백신 생산시설 투자 규모를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중국 내 결핵백신 임상과 인·허가도 준비하고 있다.

지노믹트리와는 중국 내 대장암 진단키트 기술 도입에 나선다. 중국에선 연간 28만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대장암 발병이 높은 미국보다 4~5배 높은 수치다. 하지만 중국 의료기관의 대장 내시경 장비 보급률은 35%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관련 인프라는 취약한 상황이다. 그만큼 중국 내 대장암 진단키트에 대한 시장성이 높다는 증거다. 오리온은 지노믹트리에 5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지난달 진단키트 양산을 위한 관련 실험실과 생산시설 구축을 마무리했다. 이르면 연내 임상 사전허가도 밟을 계획이다.

올 4월 허인철(좌) 부회장과 조관구(우) 큐라티스 대표가 결핵백신 기술도입 MOU를 체결하는 모습. [사진=오리온]
올 4월 허인철(좌) 부회장과 조관구(우) 큐라티스 대표가 결핵백신 기술도입 MOU를 체결하는 모습. [사진=오리온]
지난해 10월 허인철(좌) 부회장과 펑신 산둥루캉의약 동사장 간의 한·중 바이오 사업 합자계약 체결식 모습. [사진=오리온]
지난해 10월 허인철(좌) 부회장과 펑신 산둥루캉의약 동사장 간의 한·중 바이오 사업 합자계약 체결식 모습. [사진=오리온]

중국의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2018년 기준)는 약 160조원이다. 23조원 수준의 한국보다 7배가량 크다. 허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오리온의 중국 바이오·헬스케어 시장 진출은 지난해 10월 합자법인(JV) 계약을 체결한 현지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이 디딤돌이 됐다. 산둥루캉의약은 직원 6000여명을 현지 ‘빅(Big)4’ 항생제 기업이다. 시가총액 1조5000억원 규모로 중국 32개성 전역에 유통망을 갖췄다. 오리온은 올 3월 산둥루캉의약과 함께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기술개발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허 부회장은 합자법인을 앞세워 중국 내 결핵백신 도입과 대장암 진단키트 양산화 등에 나서는 한편, 측면에선 ‘한·중 제약·바이오 발전 포럼’으로 양국 간의 네트워킹을 다지고 관련 기술을 발굴하는데 힘쓰고 있다. 궁극적으론 K-바이오 성공사례를 만들어 오리온의 미래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오리온 관계자는 “한·중 제약·바이오 발전 포럼을 통해 국내의 우수한 바이오 기업을 발굴하고 관련 기업으로부터 제안도 받고 있다”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바이오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베트남·러시아 제과시장 지배력 제고

허인철 부회장은 2014년 담철곤 회장의 러브콜로 오리온에 영입됐다. 삼성 출신으로 신세계 경영지원실장(사장)과 이마트 대표 등을 역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줄곧 ‘글로벌 오리온’을 강조하며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영토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오리온 매출액(연결기준)에서 해외 비중은 65.6%다. 

가장 비중이 큰 중국법인은 지난해 1조916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10년 전인 2010년 5247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2002년 상하이에 공장을 가동한 후 올 상반기까지 중국시장 누적 매출액은 12조6000억원에 달한다. ‘초코파이(중국명 하오리요우)’와 ‘오!감자’가 연평균 매출 2000억원을 넘는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꼬북칩’과 ‘닥터유 영양바’ 등도 호응이 크다. 최근엔 오!감자의 자매격인 신제품 ‘꿀버터 오!구마’를 현지에 선보였다.

동남아 거점 베트남에서도 오리온 인지도는 높다. 2006년 호치민에 공장을 세우며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한 후 올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초코파이와 감자스낵 ‘포카칩’, ‘스윙칩’이 대표 상품이다. 또 2019년 4월에 내놓은 쌀과자 ‘안(An)’은 올 9월까지 1억1600만봉 판매, 같은 해 5월 출시한 아침 대용 양산빵 ‘쎄봉(C’estBon)’도 출시 1년 만에 3500만개가 팔리며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성장했다.   

러시아에선 2003년 법인 설립 이후 올 들어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초코파이가 매출 효자다. 10가지 맛의 초코파이가 판매될 정도로 현지화 마케팅이 활발하다. 오리온은 러시아 제과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중앙아시아 공략을 염두에 두고 내년 준공을 목표로 트베리 크립쪼바에 신공장을 조성 중이다.

중국의 어느 소비자들이 오리온 초코파이(현지명 하오리요우파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중국의 어느 소비자들이 오리온 초코파이(현지명 하오리요우파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올 2월 준공된 오리온 인도공장 전경. [사진=오리온]
올 2월 준공된 오리온 인도공장 전경. [사진=오리온]

허 부회장은 세계 2위의 인구대국 인도를 제과 신시장으로 눈여겨보고 올 2월 라자스탄 인도공장을 준공했다. 인도 제과시장 규모는 약 17조원으로 미국, 중국 다음으로 크다. 라자스탄 공장은 오리온의 10번째 글로벌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해당 공장에선 초코파이가 생산·판매 중이다. 이 외에 베트남 법인을 통해 카스타드와 쌀과자 안도 선보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인도에선 세 제품 모두 호응을 얻고 있다”며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초코파이를 집중 생산하고 향후 비스킷·스낵 등 제품군을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 부회장은 본업인 제과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업계 영업이익 평균 5% 남짓인 제과시장에선 히트상품 포트폴리오가 많아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국내 제과업계에선 신제품이 월평균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면 히트상품으로 쳐준다. 수많은 신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히트상품으로 가는 길은 무척 멀다. 맛과 품질에 기존 스낵과의 차별화는 물론이고 적절한 출시 시기와 입소문 등이 뒤따라야 한다. 

오리온은 지난해 ‘꼬북칩 초코츄러스’에 이어 올해 ‘콰삭칩’과 ‘오!구마’, ‘고추칩’ 등 신제품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제과 명가(名家)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꼬북칩 초코츄러스는 1년 간 판매량 3000만봉을 돌파했다. 누적 매출액은 320억원에 달한다. 오리온은 마라새우맛·매운맛 등 종류를 다양화하며 중국·미국·호주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꼬북칩이 제 2의 초코파이로서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기존 감자칩 두께 절반 정도인 0.8밀리미터(㎜)의 콰삭칩은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200만봉, 매출액 20억원을 넘으며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오!구마와 고추칩도 각각 출시 6주와 두 달간 판매량 100만봉을 돌파했다.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오리온 꼬북칩 초코츄러스. [사진=박성은 기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오리온 꼬북칩 초코츄러스. [사진=박성은 기자]
오리온 닥터유 드링크. [사진=박성은 기자]
오리온 닥터유 드링크.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 진열된 오리온의 다양한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 진열된 오리온의 다양한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맛있는 건강’을 지향하는 닥터유 브랜드는 덤벨경제(건강·체력관리를 위한 지출이 증가하는 현상) 확산과 맞물리며 올 1~9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69% 급증한 409억원을 기록했다. 단백질 바·드링크 등 프로틴 강화 간식을 비롯해 기능성 표시를 한 구미젤리, 미네랄 함량이 높은 제주용암수 등 제품을 확장하며 국내와 중국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베트남까지 진출한 '착한포장 프로젝트'

오리온은 허인철 부회장이 취임한 2014년부터 윤리경영 일환으로 친환경 분야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며 과자 포장재 규격을 순차적으로 축소했다. 2017년엔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경 친화적 포장재를 개발했다. 이듬해 초코파이·포카칩 등 12개 제품은 환경부 녹색인증을 받았다. 국내 제과업계에선 첫 성과다. 지난 2019년엔 70억원을 투자해 잉크 사용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인쇄방식인 ‘플렉소’ 설비를 도입했다.

가격인상 없이 제품 양을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는 오리온의 대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로 꼽힌다. 포장재와 잉크 사용량을 줄이면서 얻은 원가절감분을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특히 올해엔 다수의 식품기업들이 원가상승 압박에 따라 제품 가격인상을 단행한 반면에 오리온은 국내 전 제품 가격을 동결했다. 지난 2013년 이후 8년째 동결이다. 착한 포장 프로젝트는 최근 베트남까지 적용했다.

오리온은 탄소 중립도 애쓰고 있다. 올 3월 ‘그린 TFT(Green Task Force Team)’를 신설하고 국내외 공장의 온실가스 저감에 노력 중이다. 지난달엔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제3자 검증을 완료했다. 글로벌 사업장까지 제3자 검증을 받은 것은 국내 식품업계 최초의 사례다.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오리온의 최근 4년간 실적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그래프=박성은 기자]
오리온의 최근 4년간 실적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그래프=박성은 기자]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를 넘어 해외 법인에서도 친환경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며 “친환경 경영을 심화해 글로벌 ESG 경영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리온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4.6% 늘어난 1조1307억원, 영업이익은 14.3% 줄어든 1570억원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지난해 큰 호황을 누렸던 중국시장의 역(逆) 기저효과 탓이 컸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오리온의 올해 실적이 글로벌 제과사업 호조를 이어가고 잇따른 히트상품 발굴로 지난해 수치를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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