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時代 위기의 민생경제]② 허울뿐인 '그린에너지'…전기료 급등으로 高물가 유발
[인플레이션時代 위기의 민생경제]② 허울뿐인 '그린에너지'…전기료 급등으로 高물가 유발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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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탈원전 정책에 한전·한수원 등 발전업계 적자 눈덩이
2050년까지 전기료 120%↑…공공요금 등 물가 부담 '부메랑'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최근 전 세계 경제는 공급망 문제로 또 한 번의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2분기부터 본격적인 영향권에 접어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대부분 국가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면서 기본적으로 상품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각종 원자재 가격이 추세적 오름세를 나타내며 물가 상승 문제는 글로벌 경제 회복 국면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오름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책 우선순위로 밀어붙이던 대표적 경제정책들이 위기국면에서 되레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역설적 상황을 잉태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주거비 영향, 탈원전 정책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득실,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문제 등이 그것이다. 각각의 정책들이 현실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전기차 구매를 포기했다. 지금은 기름값보다 전기차 충전 비용이 더 저렴하지만,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등으로 발전원이 줄어들어 전기료가 오르게 된다면 결국 가솔린 차량과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모 씨는 "아무리 전기차 충전 비용이 더 싸다고 해도, 전기를 만들어낼 발전소가 충분하지 않으면 결국엔 기름값이나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초기 구매 비용이 비싼 전기차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 고개 드는 '그린플레이션' 우려…빚 느는 발전업계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수도·가스 물가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1.1% 올랐다. 석유류 물가는 27.3% 올라 2008년 8월(27.8%)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른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Green+Inflation)'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 초부터 무리하게 추진된 탈원전 정책이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업계 적자를 늘려왔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에서 받은 '중장기 재무 전망 및 계획'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59조7721억원이던 한전의 부채는 5년 뒤인 2025년에 8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한수원의 부채는 올해 36조784억원에서 2025년 38조8914억원, 한국동서발전 부채는 5조583억원에서 7조5425억원, 한국남동발전은 6조6048억원에서 8조6062억원 등으로 6개 자회사 모두 2조~3조원씩 부채가 늘어난다.

권명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7개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는 4년 동안 130조원가량으로 늘어났고, 부채 규모는 2025년 165조원까지 또다시 급증하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원자력 발전소 개수(단위: 개).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 발전소 개수(단위: 개).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무리한 '그린 에너지' 일변도…2050년까지 전기료 120%↑

더 큰 문제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과 같은 무리한 친환경 정책이 정권 말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는 상승세를 탄 전기요금에 추진력을 더해줄 수 있고, 각종 공공요금과 공산품은 물론 서비스업 전반의 비용 상승을 초래해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시나리오 A안과 LNG 발전은 일부 유지하는 B안으로 구성됐다. A·B안 모두 2050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은 '0'이다. 여기에 정부는 현재 25%인 원전 비중을 2050년까지 6~7%로 낮추는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기존 화력·원자력 발전의 빈자리를 신재생 에너지로 채워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방침이지만, 천문학적인 비용 투입이 수반되면서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동석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높일 경우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약 120% 인상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계통연결과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송배전망 보강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사용되는 누적 비용만 약 1500조원이 발생하면서, 2050년까지 에너지 전환을 위해 내년 정부 예산 604조4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비용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노 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원자력 발전을 발전 부문 탄소 중립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라며 "원자력을 배제한 탄소 중립 논의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에너지믹스 정책의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역시 "국고가 300억원만 들어가도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비용과 편익을 꼼꼼히 따지는데, 탄소 중립 정책에는 우리가 감내해야 할 비용추계도 제시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탄소중립 엑스포'.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탄소중립 엑스포'. (사진=연합뉴스)

◇ 신재생에너지 발전계획, 효율성·현실성 '낙제점'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전력이 발표한 전력 통계 속보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신재생 발전설비 규모는 22.7GW로 전년 동기 대비 23%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 설비용량 131.GW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3%에 육박해 원전과 비슷했다. 하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량으로 따지면 올해 1∼7월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만5000742GWh로, 전체 발전량 중 8%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까지 국내 발전량은 석탄 33.3%, LNG 30.4%, 원전 26.9%, 재생에너지 7.7% 순이었다.

더욱이 우리나라 산업은 중공업·제조업 등 탄소 다 배출 산업의 비중이 높아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가속화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 여건이 우리보다 좋은 EU조차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이 1.98%인 상황에서 우리 목표가 4.17%로 두 배 이상 높은 점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며 "탄소 중립 추진에 따른 직접 비용 외에도, 산업 위축으로 고용·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 역시 우리가 직면하게 될 비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7년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는 공사 중단 전 이미 약 7900억원이 투입된 바 있다. 월성 1호기의 경우에는 2018년 6월 조기 폐쇄가 확정됐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난 경제성 조작 논란으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관료들이 현재 재판 중에 있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 강행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매몰비용과 에너지 정책의 전면 수정에 따른 사회 혼란은 다시 우리 사회가 짊어질 비용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아일보] 홍민영 기자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