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관련 지표가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1년 9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수출물량지수가 13개월만에 하락 전환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6개월 연속 떨어지며 교역조건이 악화됐다. 수출물량지수는 122.20, 수입물량지수는 121.07로 나타났다. 수출물량지수는 13개월만에 하락한 반면 수입물량지수는 13개월 연속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의 여파를 우려한다. 다만 최진만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일단 "공급망 차질 영향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반도체 물량 및 금액은 17개월 연속 상승세로 양호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은 일시적 요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반도체 등의 경쟁력이 있고, 병목 현상 자체를 걱정할 때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소득교역조건지수나 순상품교역조건지수 등의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은 쉽게 넘길 대목이 아니다. 이번 자료에 따르면, 수입가격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6개월째 악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수출로 번 돈 모두를 써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뜻하는 소득교역조건지수가 16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총액, 즉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써서 수입한다고 했을 때 가능한 양을 의미한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를 보완하는 지표다. 이 소득교역조건 지수는 지난 2020년 5월 -6.3 이후 6월부터는 15개월 연속 플러스를 유지해 왔지만, 16개월만인 지난 9월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즉, 가격만으로 계산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지난 4월 이후 6개월째 마이너스로 내리막길을 걸을때도 물량을 반영한 소득교역조건지수가 플러스를 유지했던것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실제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 3월 3.5에서 5월 -0.6으로 돌아선 뒤 6월 -4.3, 7월 -3.2, 8월 -5.0에 이어 9월 -4.5까지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결국 9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와 수출물량지수가 각각 4.5%, 2.5% 하락해 전년동월대비 6.9% 떨어졌다. 16개월만에 하락전환이다.
최진만 팀장도 이러한 4분기 교역조건 전망에 대해서 "10월 들어서도 국제유가, 원자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달러가 지나치게 강세로 가는 것은 제한을 받을 것"이라면서 다만 유가에 대해서는 고공 행진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는 "배럴당 80달러 수준이면 셰일가스나 셰일오일을 본격 개발하기에 가격 경쟁력이 모호한 상태"라면서 "유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나 유가 등 원자재 동향만 주시할 때가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내놓은 '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과 비전'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수출 경쟁력 감소는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각종 경제 성장 요인과 체력 문제와 복합되면서 빚어진 상황이라는 것.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을 담당하였던 수출증가율은 2010년 13.0%에서 2020년 -1.8%로 하락했으며, 2010년 2.9%였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인 2%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0.5%(2020년)를 기록했다.
오히려 한경연은 한국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기저효과 및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효과가 현실을 일시적으로 가리고 있지만, 실상은 지속성장과 도태의 갈림길에 선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본 등 생산 요소의 양적 확대와 해외 선도국의 추격형 기술 진보에 주로 기대왔던 것이 수출 증가율 감소 등 잠재 성장률 하락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수출 경쟁력 강화가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을 위해서도 절실한 선결 조건인 셈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실현에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경쟁력 제고는 차기 정부의 정책 1순위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