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가 3세시대③] 현대百 정지선, 15년 안착…우애경영 '주목'
[범현대가 3세시대③] 현대百 정지선, 15년 안착…우애경영 '주목'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10.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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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경영 '포문'…동생 정교선과 힘 합쳐 재계 10계단 상승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처럼 M&A '초강수' 결단 '성공적'

유통 한계 넘어 사업다각화…현대HCN 매각금 활용도 '촉각'
끊이지 않는 형제 계열분리 관측…주력사업 놓고 셈법 '복잡'

정상영 KCC명예회장이 올해 별세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범현대家 1세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사실상 장남 역할을 하며 현대그룹 적통을 이어온 2세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도 은퇴했다. 1세대 ‘영’자 돌림 형제들에 이은 ‘몽’자 돌림의 2세대들도 대부분 물러나고 있다. 대신 정의선, 정지선, 정기선 등 ‘선’을 중심으로 한 3세대들이 그 자리를 꿰찼다. <신아일보>는 ‘범현대가 3세시대’ 코너를 마련, 그들이 이끄는 그룹의 향방을 짚어보기로 했다. 이번 시간은 정주영 회장의 3남 정몽근 명예회장의 아들 경영 얘기다. <편집자주>

현대백화점그룹 3세 경영 이후 실적과 주가 변화.[그래픽=정지윤 기자]
현대백화점그룹 3세 경영 이후 실적과 주가 변화.[그래픽=정지윤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범현대가 3세 중 가장 빠르게 경영권을 잡으며 안착했다. 1972년생이지만 총수 경력만 벌써 약 15년째다. 그 사이 재계 순위를 10계단가량 조용히 올린 정 회장은 이제 20위권 진입을 노린다. 다만 재계에서 관측하는 친동생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의 계열분리가 향후 그룹경영 변수가 될 전망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미 2000년대 후반 범현대가 3세 경영 포문을 연 정지선 회장이 M&A(인수합병)를 통한 사업다각화에 가속도를 붙인다. 현대백화점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M&A를 추진, 신성장동력을 찾아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게 정 회장 향후 전략이다.

실제 정 회장은 올초 신규투자와 M&A를 통해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진출, ‘2030년 매출 4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10년 내 2배 수준으로 그룹을 성장시킨다는 포부다.

일선에는 정교선 부회장이 함께 나선다. 정 부회장은 2019년 계열분리 예상을 깨고 정 회장의 주력기업인 현대백화점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정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은 만큼 그룹의 한 축을 맡아 사업다각화 선봉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이처럼 우애경영을 통한 M&A로 ‘토탈라이프그룹’으로 발전시키는 밑그림을 그린다.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임에도 오히려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는 ‘남들이 쉴 때 공경경영’을 펼친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과 똑같다. 정 명예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반대의 전략으로 M&A에 나섰다. 당시 부도위기에 놓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하는 초강수를 던져 지금의 현대백화점 신촌점으로 바꿔 놨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오른쪽)과 정교선 부회장(왼쪽).[사진=연합]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오른쪽)과 정교선 부회장(왼쪽).[사진=연합]

이어 2008년 36세로 바통을 받은 정 회장은 최연소 총수에 올라 아버지처럼 과감한 점포확장에 나섰다. 이에 더해 아울렛, 면세점은 물론 백화점 성장 한계를 넘기 위해 연관사업인 패선, 리빙‧인테리어, 바이오까지 줄줄이 진출했다. 가구에선 리바트를, 패션에선 한섬과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건설자재쪽에선 현대L&C를 인수하는 등 10여건의 M&A를 성사시켰다.

M&A가 성공했다는 평가는 실적으로 표출됐다. 코로나19로 유통업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2019년 19조8000억원에서 2020년 오히려 2조원이 늘어 20조원을 넘겼다. 주력기업 현대백화점 매출이 2019년보다 추락했음에도 거둔 성과다.

올해는 또한번 ‘더현대’로 백화점에 혁신을 가했다. 여기에서만 연매출 1조원을 예상한다. 면세점에서도 김포공항 입찰을 포기하는 대신 더 큰 규모인 인천공항에 올인을 검토하는 자신감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내년에는 현대HCN 매각으로 생긴 자금을 추가 M&A에 투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또한번 M&A 시장에서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다만 변수는 우애경영의 지속성이다. 범현대가는 ‘형제간 아래 위 질서’가 다른 그룹에 비해 철저한 특성이 있지만 현재 재계 쪽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재계 한 관계자는 “10여년 이상 형제경영을 다져온 경우 계열분리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경쟁그룹인 신세계의 경우 3세들이 유통 특성에 맞춰 정용진 부회장은 대형마트를, 정유경 총괄사장은 패션으로 명확하게 구분했다. 이를 현대백화점그룹에 대입하면 정 회장이 주축인 백화점 등 유통을, 정 부회장이 나머지 식품 등 비백화점을 맡게 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렇게 분리되면 정 회장의 셈법이 복잡해진다. 비백화점에 미래 전략 신수종 사업이 모두 몰려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등 유통이 성장 한계에 놓인 상황에서 자칫 정 부회장 덩치가 더 커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빠르게 후계구도를 정리하며 안전 경영체제에 들어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형제간 계열분리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우애경영이 숙제가 될 공산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재 계열분리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가운데)이 연탄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사=현대백화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월 연탄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사=현대백화점]

송창범 기자 kja33@shinailbo.co.kr

kja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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