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빚, 정부 수립 이후 69년 누적 보다 앞으로 9년간 더 커져"
"나라 빚, 정부 수립 이후 69년 누적 보다 앞으로 9년간 더 커져"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10.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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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도입 시급 주장
연도별 국가채무 규모. [그래프=한국경제연구원]
연도별 국가채무 규모. [그래프=한국경제연구원]

오는 2025년까지 늘어날 나라 빚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9년간 누적된 국가채무 보다 더욱 클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재정건전성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국가재정 전망과 재정건전성 관리’에 대한 발제를 맡은 박 원장은 “정부의 국가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9년 간 국가채무가 782조원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2016년까지 69년 간 누적 국가채무액 627조원의 1.2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지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으나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항구적 복지지출 비중이 높아 재정악화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반면 G7 등 주요 선진국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늘린 재정지출 규모를 빠르게 축소하면서 오는 2023년부터는 재정건전성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원장은 “한국은 빠른 고령화 속도와 잠재성장률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위기 극복 이후 빠르게 재정이 정상화됐던 과거 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만성적인 재정악화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재정건전성 훼손을 방어하기 위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한도를 법으로 규정하는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도 정부 예산안 평가’에 대한 발제를 맡은 김원식 건국대 교수(전 재정학회장)는 늘어나는 복지비 부담을 최근 재정악화와 국가부채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2022년 예산 604조4000억원 중 보건·복지·고용 분야가 216조7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35.9%)을 차지할 뿐 아니라 재정적자 기여도도 30.6%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내년 교육비 예산 83조2000억원이 전년 대비 12조원(16.9%)이나 늘었다”며 “교육비 지출이 방만하게 운영되면서 교육성과가 떨어지고 사교육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 교수는 “한국은 이미 오랜 기간 사회보장, 교육 지출이 늘고 경제 분야 지출은 줄어들면서 재정지출의 비효율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재정건전성 제고방안에 대한 종합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선결 과제로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겸 단국대학교 교수는 “자녀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엄격하고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동석 인천대학교 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도 ”방만한 재정지출을 막으려면 하루빨리 재정준칙을 제정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재정운용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과거 한국이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국가채무비율을 관리하면서 외국인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며 “국가재정은 한국경제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이제부터라도 나라살림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