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 철 '서울 아파트 전세' 이상 현상…매물 느는데 거래 위축
가을 이사 철 '서울 아파트 전세' 이상 현상…매물 느는데 거래 위축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10.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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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대기 물량 올해 들어 최다…거래량은 작년 절반 수준
가격 상승 피로감 속 대출 규제로 '수요자 체감 장벽 높아'
서울시 노원구 한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노원구 한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꾸준한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로 가을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이상 현상이 감지된다. 가을 이사 철에는 전세 거래가 활발하고 대기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는 게 보통인데, 올해 양상은 정반대다. 10월 들어 시장에 나온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올해 들어 가장 많지만, 거래량은 작년 같은 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높아진 가격과 대출 문턱으로 서울 임차 수요의 아파트 전세 접근이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2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8112개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치며, 전세 물량이 가장 적었던 1월2일 1만7072개 대비 1만개 넘게 많은 물량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하반기 들어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7월 한 달 1만9000~2만개를 오가던 전세 물량은 8월21일 2만1015개로 많아진 후 9월1일에는 2만2074개로 늘었다. 이달 1일에는 2만2936개로 증가했다. 

반면, 거래량은 감소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9545건이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8월 9234건으로 줄었고, 9월에는 6235건으로 감소했다. 이달에는 4276건을 기록 중인데, 이는 작년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1만884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통상 하반기 가을 이사 철에는 이사 수요로 인해 거래량이 늘어 시장 내 매물이 줄지만, 올해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 등 전세 대출 규제 영향으로 전세 시장이 이상징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앞서 정부는 가계부채가 실물경제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며, 올해 전세대출 등을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6%대로 관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전셋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강한 만큼 상승 피로감으로 인해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월 첫째 주에 0.17% 오르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8월 둘째 주에 0.16% 오른 뒤 8월 셋째 주부터 9월 둘째 주까지 매주 0.17% 상승률을 보였다. 10월 들어서는 0.13~0.15% 수준 주간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통상 가을에는 이사 철 수요가 많아야 하지만, 매물이 늘고, 거래가 줄었다는 것은 정부 가계대출 관리 방안 등 대출 규제와 이미 너무 많이 오른 전셋값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과 가격 부담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수요자들로 인해 거래량이 줄고, 매물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가을 거래량이 줄면서 전세 시장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며 "정부가 유동성 감축 방안으로 가계대출을 규제했고, 고점에 따른 심리적 피로감으로 매수자의 적극성도 줄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물 증가와 거래 감소 등 전셋값 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지만, 하향 조정을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봤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에서 제외하기로 한 만큼 전세 수요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전세 실수요 보호를 위해 전세대출을 총량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한 만큼 이사를 하려 했던 분들이 다시 이동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전체적으로 수요보다는 공급이 더딘 만큼 전세 품귀 현상은 여전할 것으로 보이며, 상승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은 "4분기에 접어들면서 기준금리 인상 등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어 당분간 거래량 감소와 상승 폭 둔화 현상은 동반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조정 방안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본격적인 가격 조정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