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 창립 70년…'공공 플랫폼' 디지털 혁신 가속
조폐공사 창립 70년…'공공 플랫폼' 디지털 혁신 가속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10.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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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착(chak)' 전국 70여개 지역서 사용
모바일 지역 상품권 올해 말 누적 구매액 2조원 규모 예측
서울서 사용되는 곳 없어…제로페이 넘을 수 있나 '관심'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1년3개월여 지난 1951년 10월 당시 임시수도인 부산에서 한국조폐공사가 탄생했다. 150만원의 자본금과 270여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조폐공사가 올해로 설립 7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조폐공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위·변조 기술로 실물 화폐는 물론, 신분증과 유가증서 등을 제조·공급해왔다. 이제 조폐공사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공공 플랫폼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상품권 발행에 나서며 지역 경제 살리기는데 중추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반장식 사장이 창립(사진=한국조폐공사)
반장식 사장이 창립 7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조폐공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하고 있다.  (사진=한국조폐공사)

◇ 반장식 사장 "국민에게 신뢰받는 플랫폼 파트너 도약"

25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 대전 유성구 조폐공사 본사에서 창립 70주년을 맞아 비전 선포식을 진행했다. 

이날 비전 선포식에서 반장식 사장은 "과거에는 단순히 화폐 제조 공기업 역할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플랫폼 파트너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51년 창립된 조폐공사는 그동안 화폐와 주민증·여권 등 신분증, 수표, 상품권, 우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공급했다.

1976년 경산 화폐본부를 발족하고, 순수 국내 기술로 1000원권을 제조했다. 33년이 지난 2009년에는 현금 단위 중 가장 높은 액수인 오만원권을 발행했다. 오만원권에는 띠형 홀로그램과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 등 22가지 첨단 위변조방지 장치가 새롭게 적용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화폐 위변조 방지 기술을 자랑했다.

270여명으로 출발한 조폐공사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1486명으로 5배 넘게 늘었다. 또, 은행권과 주화, 기념주화 등 화폐류 제조는 물론 수표와 우표, 증지, 증채권 등 유가증권 제조, 신분증 제조, 카드제품 제조, 위변조 감별기 및 인식기기 제조, 문화재 재현품 등 공공성을 가진 금속 공예품 제조 등 사업 분야도 확대됐다.

1970년 태국에 은행권 용지를 수출하며 해외수출문을 연 조폐공사는 현재 전 세계 40여개 나라에 은행권과 주화, 제지제품, 특수잉크는 물론 여권까지 수출하면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부터는 조폐공사가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공공 플랫폼 '착(chak)'을 통해 모바일 지역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간편 결제가 일반화되면서 조폐공사 역시 종이(지류형)와 카드형 외에도 모바일 지역상품권 발행을 확대하며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반 사장이 말한 '신뢰받는 플랫폼'이 바로 '착(chak)'으로, 조폐공사 디지털 혁신의 중심축이다.

모바일상품권 QR결제 (자료=한국조폐공사)
모바일상품권 QR결제. (자료=한국조폐공사)

◇ 블록체인 기술 기반 모바일 상품권 전국 70여 곳 사용

조폐공사는 지난 2018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화폐 공공 플랫폼 '착(chak)'을 개발했다. 

블록체인은 분산형 원장 기술이라고 불린다. 장난감 블록처럼 정보를 각각 연결해서 저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다 보니 해킹이 어렵다는 장점이 있어 새로운 보안기술로 떠오른 4차 산업의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다.

조폐공사의 공공플랫폼을 활용한 모바일 지역 상품권을 구매하면 소비자는 무엇보다 5~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가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면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경기도 시흥시와 성남시 등 다섯 곳에서 시작된 공공플랫폼 '착' 서비스는 작년 전국 37개 지자체, 그리고 올해 70여개 시·군에서 사용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가입자는 110만명이며, 가맹점 수는 27만여 곳이다. 상품권 누적 구매액은 올해 말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이재환 씨(47세)는 "조폐공사 플랫폼으로 시흥시 지역사랑상품권(모바일 시루)을 사면 5~10% 할인해 구입할 수 있어,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상품권은 사용 범위가 해당 지역으로 정해진 만큼 지역 소상공인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된다.

실제 2019년부터 지역 상품권을 발행한 경기도 시흥시가 지난 5월 주민 549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지역 상품권(시루)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인 93.1%가 긍정(매우 긍정 62.7%, 대체로 긍정 30.4%)이라고 답했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시루가 소상공인들에게는 매출 향상과 경비 절감의 효과를, 시민들에게는 지역을 생각하는 소비의 즐거움을 드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강화를 위한 유용한 도구가 돼 시흥을 하나로 묶겠다"고 말한 바 있다.

◇ '이점' 많은 모바일 지역상품권 풀어야 할 숙제는?

조폐공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지역상품권이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가장 많은 인구가 몰린 서울에서의 사용이 시급하다.

서울에서는 서울시가 구축한 제로페이가 주로 쓰이고 있다. 서울시내 구청들도 제로페이와 연계해 지역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후발주자인 조폐공사 플랫폼 '착'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서울에서 조폐공사와 지역 상품권 발행과 관련한 사례가 나오는 것이 중요한 만큼, 몇몇 자치구에 제안을 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문제도 있다. 조폐공사는 지역 상품권 발행시 0.5% 수준의 수수료를 발행 기관에서 받는다. 민간 플랫폼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모바일 지역 상품권 발행이 늘수록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몫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지역 상품권 발행 금액이 1000억원 규모라고 한다면 5억 이상을 수수료로 내야하는 데, 서울 기초단체 중 (강남, 서초 등) 몇몇 곳을 빼면 가용예산이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