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최민지 그림책 '나를 봐'
[신간] 최민지 그림책 '나를 봐'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10.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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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창비)
(사진=창비)

첫 창작 그림책 ‘문어 목욕탕(2008)’을 시작으로 아이들의 외로운 마음을 경쾌한 상상으로 해소하는 작품들을 선보여온 최민지 작가의 신작 ‘나를 봐’가 출간됐다.

20일 창비에 따르면 관계에 관한 그림책 ‘나를 봐’는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 ‘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는 데 서투른가’와 같은 묵직한 질문에 작가의 통찰이 담긴 답변을 들려준다.

이 책은 주인공 아이가 누군가를 알고, “언제나 너를 보고 있”을 만큼 좋아하게 되고, 드디어 우정을 나누게 되는 마법 같은 과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특히 어린이의 시선에서 서로 연대하는 삶의 소중함을 사랑스럽게 담는 동시에 나와 타인, 나아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곰곰이 곱씹게 한다.

‘나를 봐’ 속 두 주인공인 ‘나’와 ‘친구’는 서로의 단짝이다. 속을 알기 힘든 무표정에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친구’는 ‘나’와 함께 있지 않으면 혼자가 되기 일쑤인, 무리에서 쉽게 소외되는 아이다.

애써 사실을 이야기해도 선생님은 ‘친구’의 말을 거짓말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의 멋진 점을 많이 알고 있다. ‘친구’가 너른 잔디밭에서 행운의 토끼풀을 발견할 만큼 눈이 밝고, 위험에 처한 고양이를 모르는 척하지 않는 용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친구’를 오래 바라보고 관찰한 덕분이다. 그

리고 그 애정 어린 시선은 잘 몰랐던 ‘친구’의 비밀도 알려 주었다. 머리카락에 가려 미처 몰랐던 ‘친구’의 오른쪽 뺨에 있는 점과 남모를 아픔까지도…….

최민지 작가는 참된 우정을 기다리는 어린이를 떠올리며 외로운 ‘친구’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기꺼이 누군가의 곁이 되어 주는 이들이 있다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친구’에게 다가가는 ‘나’를 통해 보여 준다. 두 아이의 우정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아픔을 내보여도 흔쾌히 그 무게를 덜어 줄 친구가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선물처럼 건넨다.

‘나를 봐’는 어떤 대상을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는 모습을 롱 숏과 클로즈업 화면을 반복하며 보여 준다.

멀리서 보기에 춤을 추는 것 같던 친구는 가까이서 보면 고양이를 구하려는 것이었고, 무표정하게 보이던 표정도 오래 보고 있으면 조금은 웃는 것 같다. 선생님이 보기에는 말썽꾸러기로 보이는 친구가 화자인 ‘나’가 보기에는 용감한 아이이다.

동물원은 멀리서는 행복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우리에 갇힌 동물들의 표정으로 우울해 보인다. 모든 대상이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잠깐 볼 때와 오래 들여다볼 때, 어제 봤을 때와 오늘 볼 때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타인과 관계 맺기 위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깨닫게 한다.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는 “친구가 되는 출발점은 그 사람을 보는 일”이라며 “어린이의 방식으로 어린이를 위로하는 최민지 작가는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무지개 같은 시간의 흐름을 ‘보다’라는 간단한 동사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를 봐’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짐작하는 사람에게만 건네는 사랑스러운 명령이다. 우정이 어떻게 시작되고 이해가 어떻게 깊어지는지 궁금한 어린이에게 이 말의 마법을 알려 주고 싶다”며 책을 추천했다.

한편, 최민지 작가는 어린이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첫 창작그림책 ‘문어 목욕탕’을 출간한 이후 3년여 동안 ‘코끼리 미용실’, ‘마법의 방방’과 같이 굵직한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해 왔다. 그간 백희나, 안녕달에 이어 한국 어린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손꼽히며 2019년에 WEE 그림책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