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담숲과 불법집회
[기자수첩] 화담숲과 불법집회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10.19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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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부에서 동남향으로 50분 자동차로 달리면 경기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이 나온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하나로 설립·운영하는 수목원이다. 2006년 4월 조성승인을 받아 추진, 2013년 정식 개원했다. 23만평 규모에 17개의 테마원과 자생식물도입식물 4300종이 들어서 있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라는 의미를 담은 화담숲은 인간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는 생태 공간을 지향한다.

요즘같이 단풍이 물드는 시기의 숲 절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매표소 입구에 들어서면 천년 화담송이 있는데 이곳이 산책의 시작이다.

아름다운 뷰의 원앙연못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숲과 나무의 향연이 펼쳐진다. 자작나무숲, 반딧불이원, 이끼원, 연리지, 물레방아, 소나무정원, 무궁화동산, 수국화, 핑크뮬리, 양치식물원, 분재원, 하트다리 등 수많은 볼거리가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루할 틈이 없다. 전망대에서 루지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걷기 힘든 사람을 위한 모노레일, 노약자·아동을 위한 완만한 데크길, 깨끗한 화장실, 곳곳에 스며든 아름다운 문구는 설계자의 배려가 돋보인다. 만원의 행복이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경관에 젖어있을 무렵 무료주차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만족감은 절정에 달한다.

수도권에서 이만한 숲길이 또 있을지 싶다. 진실성을 가지고 혼을 갈아 넣은 게 틀림없다. 정성이 구구절절 느껴지는 이 화담숲은 소천한 LG그룹 구본무 회장(1945~2018년)이 추진했다. 화담숲의 ‘화담’은 구본무 회장의 아호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화담숲 비석에는 "구 회장은 언제나 겸손한 자세로 인간과 자연을 대했다. LG상록재단 설립자로서 한 줌의 흙이 되어 숲으로 돌아갈 때까지 20여년 동안 그가 추구해온 가치는 ‘생명존중’이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맑고 아름다운 강산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화담의 마음을 숲속 곳곳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전한다.

화담숲을 소개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러한 공간을 누군가가 제공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르는 누군가에게 힐링과 감동을 선사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생각이나 해봤는가. 그저 경쟁하느라 늘어난 눈치와 잔머리 정도나 자랑스러워하며 살고 있진 않는가. 그렇다고 가진 자의 선행을 사족 없이 인정한 적은 있는가. 시민을 위해 만든 화원, 의도가 어떻든 기자는 재벌에 ‘엄지척’을 들겠다.

이런 가운데 씁쓸한 건 기업, 재벌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 때문이다. 가을에도 노조의 불법집회 소식이 들린다. 좋은 것을 함께 하고자 한 구 회장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전에 불청객이 찾아온 느낌이다.

경영자와 노동자는 정녕 화담할 수 없는 사이일까. 기자에게 화담숲과 불법집회는 선과 악과 같은 반대말이 돼버린 듯하다. 공동체 사회에서 독불장군이란 없다. 무언가를 향한 저마다의 열정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