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장동에도 묻어지지 않는 '김범수'
[기자수첩] 대장동에도 묻어지지 않는 '김범수'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10.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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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모든 이슈가 묻혔다. 1일부터 시작된 ‘2021 국정감사’는 상임위 거의 모든 곳에서 ‘대장동’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며 정치 싸움판으로 변질됐다.

정책 국감은 자취를 감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업들은 한 숨 돌렸다. 국감 증인 리스트에 올랐던 재계 총수들 이름은 대부분 삭제됐다. 대장동 이슈가 몰고 온 행운(?)이다.

그런데 딱 한사람 김범수 카카오 의장만은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지네발식 골목상권 진출로 비판을 받아온 김범수 의장은 정국 최대이슈 대장동 공방에도 묻히지 않았다.

대장동이 최대 이슈화 된 배경처럼 ‘세상 사람들은 가난보다 불공정한 것에 더 분노한다(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는 말에 걸려든 것이다.

게다가 김범수 의장은 대장동만 난무하고 눈길을 끄는 총수가 없는 국감에서 오히려 여론을 더 집중시키게 만들었다.

앞서 열린 정무위와 산자위 국감에서 두차례 죄인 취급을 받은 김범수 의장은 막바지로 향하는 국감에서 또한번 증인대에 오른다. 이번엔 과방위다. 중소 콘텐츠 업체 상생과 과다 수수료에 대한 신문이 이유다. 앞서 증인대 섰던 이유와 비슷하다. 이로써 김범수 의장은 한 해 국감에 3번이나 증인대에 오른 유일한 총수가 됐다.

그럼에도 김범수 의장은 예전 총수들처럼 긴급한 해외출장이나 진단서 핑계 등은 대지 않았다. 대장동 이슈에 버금갈 만큼 정국이 카카오를 노려보고 있음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범수 의장은 앞선 국감에서 다른 핑계 없이 “성장에 취해 주위를 둘러보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사죄했다. 이어 헤어숍과 문구·장난감 소매업 등의 사업 철수도 약속했다.

김범수 의장이 지난 국감장에서 약속한 부분을 요약하면 ‘골목상권 진출금지’, ‘모빌리티 수수료 인하’, ‘케이큐브홀딩스의 사회적기업 전환’이다.

따라서 그가 몇 번 국감에 나왔나보다는 약속 이행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입한 골목사업 철수는 어느 선까지 이뤄질지, 그리고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말한 모빌리티 수수료 논란은 언제쯤 인하를 실행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게다가 케이큐브홀딩스는 금산분리 규정 위반까지 한 만큼 공정위 조사를 넘어 검찰 조사까지 진행될 수 있는 상황으로 경고가 아닌 범죄가 될 수 있다.

IT혁신으로 국민 생활패턴을 바꿔준 김범수 의장이 국감장에 3번이나 불릴만큼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다른 총수들처럼 발뺌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한 만큼 그가 이번엔 공정사회를 위해 총수혁신을 가동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불환빈 환불균.’ 송나라 유학자 육상산이 남긴 이 말을 김범수 의장은 되새기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송창범 기자 kja33@shinailbo.co.kr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