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국감] 조폐공사, 법인 설립도 안된 업체와 계약해 200억원 날려
[2021국감] 조폐공사, 법인 설립도 안된 업체와 계약해 200억원 날려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10.13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년간 기념메달 판매비중 94%…책임있는 임원은 '권고사직' 처리만
(사진=한국조폐공사)
(사진=한국조폐공사)

한국조폐공사가 법인 설립조차 안된 업체와 기념메달 판매계약을 맺었다가 200억원에 가까운 대금을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조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거래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조폐공사와 기념메달 구매 계약을 맺은 A 업체는 최초 계약 당시 법인도 설립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업체는 작년 194억원 어치의 기념 메달을 구매한 뒤 대금을 내지 않았고, 이는 조폐공사의 영업손실 150억원으로 이어졌다. 조폐공사는 이에 따라 올해 3월 비상경영체계를 선언하고, 내부감사와 TF 등을 구성해 대처 방안을 모색해왔다.

해당 업체는 2016년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조폐공사 기념 메달 사업 판매량의 94%를 차지해왔다. 금액으로는 총 1600억원 중 147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장 의원은 "조폐공사는 A업체와 최초 계약을 체결할 때 사업자 공모 등의 공고도 하지 않았다"며 "법인 설립 조차 되지 않은 업체를 어떻게 발굴해 거래처로 선정했는지 그 이유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폐공사는 해당 구매대금 미납 사건에 책임이 있는 임원에 대해서 아무런 징계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은 채 권고사직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임원은 퇴직 과정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퇴직금 2000여만원을 수령하지 않는 데 그쳤다. 

그러나 조폐공사가 이와 관련해 법률 자문을 받았던 법무법인에서는 해당 임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법무법인은 "해당 임원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고, 업체와의 불법적인 유착 의혹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고소의 실익이 있다"는 답변을 조폐공사에 제출했다. 법률 자문에서조차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조폐공사는 '내식구 감싸기'식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 셈이다. 

장혜영 의원은 "이번 사건은 최초 계약부터 법인설립도 되지 않은 업체와 어떻게 계약을 하게 됐는지 불투명할 뿐 아니라, 책임이 있는 임원에 대해 사실상 봐주기식 처분을 하고 해당 임원은 회사에 백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히고도 퇴직금 2000여 만원을 반납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혹 투성이인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책임있는 자들에 대해 정확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감사원 감사청구는 물론, 필요하다면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조치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