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 연내 매듭 공감대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 연내 매듭 공감대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0.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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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희망퇴직안, 최악 가능성↓…노·사 전향적 태도 전환
매각 실패설 부담 딛고 대화 정례화 가닥…추진 가능성 열려

여름부터 논의만 무성하던 한국씨티은행 소비자(소매)금융 매각협상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노사 양측이 10월 들어 대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어서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27일 노조에 희망퇴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년까지 잔여기간이 5년 이하라면 잔여 개월 수만큼 월급을 주고, 5년 이상 다니는 직원은 정년까지 남은 월급의 90%까지 보상하는 것이 골자다. 퇴직금 지급액은 최대 7억원까지 가능하다.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진=신아일보DB)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진=신아일보DB)

은행권 명예퇴직 조건으로는 가장 좋은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2014년 희망퇴직 당시에도 업계 최고 수준(5년치 월급)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조건은 소비자금융 철수전략이 재차 미뤄지던 상황에서 사측이 돌파구 마련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한국씨티은행은 7월 이래 △전체매각 △분리매각 △단계적 폐지(청산) 등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사실상 표류 상태였다.

재차 결정을 미루면서 현재까지 판단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고용 승계 부담과 노조의 소극적 태도가 크게 작용해 왔다. 노조 측은 그간 매각 방식을 알아야 판단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기조였다. 매각 대상 부서인 경우 회사가 어디에 팔리는지 알아야 직원들이 희망퇴직 여부를 결심할 수 있고, 대상이 아닌 부서라도 추후 은행 내 재배치 윤곽을 알아야 역할이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는 논리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사실상 매각 추진 전반에 발목을 잡는 부작용도 불가피했다. 이런 가운데 사측에서 승부수를 던지면서 국면 전환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전체 매각이 가장 바람직하나 이 같은 방안에 관심을 갖는 인수 후보는 크게 부각된 바 없어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 은행권이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상당수 은행들이 지점 감축·희망퇴직을 진행하며 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어서다. 

일부 금융사들은 자산관리(WM)나 신용카드 등 사업 분야를 분리해 인수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좋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안을 제시한 것은 전체를 청산하는 단계적 폐지보다는 일부 매각이나 전체 매각을 시사하면서 미리 몸집을 줄이는 다운사이즈에 불을 붙이는 방편이다.

노조 측은 지난 6월 이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조합원 93.2%의 동의를 얻어 파업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전반적 청산으로 가닥을 잡는 경우 파업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오히려 지금처럼 많은 지출을 감수하는 희망퇴직 조건을 제시할 필요 역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를 사실상 비껴 가는 한편, 지금으로서는 인수자 측에 매각 흥행은 물론 매각되는 부문(내지 전체) 고용 승계를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이제 대화가 시작되는 상황"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노조 관계자도 "회사 측에서 조건을 제시한 이후 막 대화를 시작해 (아직) 윤곽이 나온 것은 없다"고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