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하되나?" 바닥없는 수수료율에 카드사 '울상'
"또 인하되나?" 바닥없는 수수료율에 카드사 '울상'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0.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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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불황에 카드사는 호실적, 수수료율 인하 근거되나
카드업계, 코로나19 깜짝 실적일 뿐 '반발'…인하 여력 없어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오는 11월 금융당국의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을 앞두고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 등 가맹점은 최악의 재정위기에 몰린 반면, 카드업계는 지난 상반기 호실적을 거두면서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신용카드 업계 여건이 나빴었어도 그동안 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진 만큼 지난 상반기 호실적은 수수료율 인하의 명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결제 비중 감소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비 상승 등 수익성 악화가 예견된 상황이라며 올해만큼은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 결과,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 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당기순이익은 1조494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181억원) 대비 33.7%(3763억원) 늘었다.

다만, 대손준비금(4413억원)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조53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65억원) 대비 0.3%(34억원) 줄었다. 전년 동기(616억원) 대비 무려 616.4% 급증한 대손준비금을 쌓아놓고서도 예년 수준 순이익을 올린 것이다. 

대손충당금이란 회수 불가능한 채권 예상 손실을 충당하기 위한 자금이다. 카드사들은 2018년부터 적용된 국제회계기준(IFRS9)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한다.

이에 오는 11월 금융당국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에 앞서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등 가맹점들은 최악의 경영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골목상권 현황'에 따르면 자영업자 521명 가운데 78.5%가 작년 상반기 대비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평균 21.8%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외부 상황이 맞물린 깜짝 실적이라며,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2년간의 카드업계 수수료 부문 영업손실이 13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금리상승 대응 능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가맹점 수수료율 약 0.1~0.2%p 낮아지면 카드사 전체 영업이익 감소 규모는 약 5000억원에서 최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될 경우 카드사의 총자산 순수익률도 0.4~0.7%p 낮아질 것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분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저금리 등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내부 비용 절감 효과가 맞물린 것"이라며 "우대 가맹점 수수료는 이미 원가 이하 수준"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수수료율 규제를 받지 않는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따라 결제 시장 비중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카드업계는 더 이상의 수수료율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2021년 상반기 중 국내지급 결제 동향'에 따르면 모바일기기 등을 통한 결제금액은 일평균 1조1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간편결제서비스 이용금액은 일평균 4670억원이다.

간편결제서비스 이용금액에서 빅테크 업체를 통한 이용금액은 일평균 2940억원에 달한다.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간편결제서비스 이용금액 중 빅테크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56.2%에서 작년 상반기 59.6%로 확대되다, 올 상반기 63%로 60%를 넘어섰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등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비 상승에 수익성은 이미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면서 "여기에 카드 수수료율 규제대상이 아닌 빅테크 기업의 결제 비중 파이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수수료율 인하는 바라지도 않고, 동결 수준의 조정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인하됐다. 카드사 실적과 상관없이 자영업자 보호를 명분으로 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이로 인해 현재 매출액 3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율은 0.8% 수준이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