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독자 CSS 기반 성공적 출범…카드 진출 등 향배 눈길
토스뱅크, 독자 CSS 기반 성공적 출범…카드 진출 등 향배 눈길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0.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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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한도 빠른 소진 임박…靑 '실수요자 중심' 일부 증액 시사
토스 계열사 자료 역할 톡톡…여신업 진출 추가 고도화 여지도

토스뱅크가 지난 5일 출범한 가운데 8일까지 사전 신청을 통해 대출받은 고객 수가 4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자 4명 중 1명은 중저신용자로 파악되는데, 이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출범 초기와 비교해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토스뱅크의 성공적인 출범 배경에는 그동안 토스가 축적한 고객 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토스뱅크는 향후 카드사업 진출 시에도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적용해, 기존 카드사 벽을 넘지 못했던 금융 소비자를 포용한다는 계획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달 전부터 시작한 토스뱅크 사전예약을 통해 계좌개설을 신청한 금융 소비자는 106만여명, 출범 이후 추가 신청한 금융 소비자는 44만여명으로 150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신청과 출범 뒤 신청을 한 이들에 대해 토스뱅크는 순차적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 등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8일 기준 45만명에게 서비스가 오픈됐다.

토스뱅크 출범 후 이뤄진 대출금액은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토스뱅크가 출범 초기 마련한 총 여신 자금 5000억원의 60% 수준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이번주 중순이면 토스뱅크의 대출자금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할 부분은 토스뱅크가 현재까지 진행한 대출 가운데, 중저신용자 비중(코리아크레딧뷰로 기준 하위 50% 이하)이 25% 이상을 차지한다는 대목이다. 

토스뱅크 사업계획서의 심사 모델 관련 내용. (자료=토스뱅크)
토스뱅크 사업계획서의 심사 모델 관련 내용. (자료=토스뱅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10%선에 머물러 이를 끌어올리라는 주문을 당국으로부터 받은 점을 고려하면, 출발부터 대단히 순조로운 셈이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토스만의 신용평가모델(CSS)을 개발·적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초반 개인신용평가사(CB사)의 전 국민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CSS를 활용했고, 이후 휴대폰 소액결제정보 및 개인 사업자 매출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반영했다. 내년부터는 카카오 공동체가 보유한 비금융정보를 분석해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CB의 정보에 통신 정보 등을 추가했다. 이후 BC카드와 시너지 강화에 집중하면서 CSS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처음부터 연체나 고금리 대출 이력 등 부정적 금융 신용정보의 평가 비중을 축소한 대신, 기존 CB사의 데이터에 대안정보를 결합해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대안정보로는 토스부터 쌓아온 금융·비금융 데이터가 활용됐다.

특히 부정적 정보의 비중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별도 중금리대출 전용 상품을 내놓지 않고 하나의 신용대출 상품으로 중저신용자에게도 대출을 내주는 방안을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토스뱅크의 가산금리는 시중은행 가운데서도 최저 수준을 나타내는 선순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원래 토스뱅크가 계획했던 올해 10~12월(3개월)간 대출 총량은 '조 단위'였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 정책 기조와 다른 은행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5000억원으로 조정되긴 했지만, 지금의 CSS 모델이 더 많은 심사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다는 '기술적 여유가 있다'는 방증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테스트 단계부터 정밀한 신용평가 측정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면서 이번 오픈과 대출 과정에서도 CSS 가동이 사실상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추가로 더욱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토스뱅크의 CSS 고도화 시너지 시나리오는 신용카드 부문 진출이다. 기존에는 은행 등이 신용카드업 겸영 업무를 받으려면 전업으로 허가를 받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주주 자기자본요건(출자금의 4배 이상) 등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국은 해당 요건을 합리적으로 바꾸기로 한 상태다.

현재 CSS 고도화 상황에도 이런 영역 확장이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토스뱅크가 이 영역에 진출할 경우 신용카드 부문의 혜택 등에도 파격적인 서비스가 추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간담회에서 "여신 제품을 확장하고 편익을 제공하는 데 관심이 많다"며 "신용카드 사업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라이선스 획득을 위해 정부와 초기 단계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 회의에서 "가계 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 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말한 만큼, 토스뱅크의 대출 총량 한도가 중저신용자에 한해서라도 일부 늘어날 여지가 없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신용카드업과의 진출 시너지 등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합쳐지면서 토스뱅크가 꾸준한 실전 데이터를 획득해 나갈지, 올 연말과 내년 판세가 주목된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