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매 후지불 'BNPL'…결제시장 '다크호스' 될까
선구매 후지불 'BNPL'…결제시장 '다크호스' 될까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0.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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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네이버 등 잇달아 서비스 선보여
MZ세대 유입 증가·결제한도 확대 '과제'
(왼쪽부터) 쿠팡 '나중결제',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사진=각 홈페이지 캡처
(왼쪽부터) 쿠팡 '나중결제',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사진=각 홈페이지 캡처)

결제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일명 '외상'으로 불리는 선구매 후지불 결제 서비스 'BNPL'이 그 주인공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차세대 결제 시스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발급이 자유롭지 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토스·네이버·카카오 등에서 BNPL 서비스를 선보이며 결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해외에서의 흥행과는 달리 국내에서 BNPL 서비스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국내는 신용카드 발급 장벽이 해외보다 낮고, 특히 무이자 할부 시스템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플랫폼 시너지와 미래 주소비층 MZ세대 유입 및 활용이 강화되면 결제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본격 출범한 토스뱅크는 내년부터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BNPL 서비스는 선구매 후지불 결제 시스템으로, 쉽게 말해 외상하고 물건값을 나눠 갚는 방식이다. 

결제 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불하면 소비자가 여러 차례 나눠 결제 업체에 대금을 지불한다. 할부 이자나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 신용카드 할부 시스템과는 다르다. BNPL 서비스는 고정적인 소득이 없거나, 적지만 갚을 능력을 갖춘 MZ세대나 주부, 프리랜서 등이 주로 활용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물건을 먼저 산 뒤 다음 달 5·15·25일 중 이용자가 선택한 결제일에 대금을 지불할 수 있다. 이용 한도는 월 최대 30만원이다.

토스·네이버 외에도 국내에서는 카카오페이(모바일 후불형 교통카드), 쿠팡(나중결제)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BNPL 서비스가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과 호주, 영국 등에서 BNPL 서비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특히, BNPL 서비스 업체 '어펌'은 지난 8월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제휴해 50달러 이상 구매자에게 BNPL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당시 어펌 주가는 47% 치솟았다. 이에 앞서 어펌은 애플과도 BNPL 서비스 제휴를 맺은 바 있다.

BNPL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클라르나'는 현재 세계 17개국, 19만개 가맹에서 BN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만 9000만명에 달한다. 클라르나는 최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7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다만 이런 해외 성공 사례가 국내에서도 이어질 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리나라는 해외보다 신용카드 발급이 용이하고, 무이자 할부 등 분활상환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신용카드는 소득 증명(최소 20만원 등)은 물론 금융거래 이력, 신용 점수 등 우리나라보다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발급받을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은 우리나라보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고, 또 무이자 할부 서비스 등 지원이 원활하지 않다"면서 "국내에서 쿠팡과 네이버 등이 일부 회원을 대상으로 후불 서비스 결제를 하고 있지만, 현재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다는 의미일 뿐 아직까진 카드업계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 영향력과 결제 한도가 상향되면 결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BNPL 서비스는 아직까지 국내 결제시장에 위협적이지 않다"면서 "다만, 쿠팡, 네이버페이 등이 운영하는 BNPL 서비스 현재 한도(30만원)가 카드사 월평균 사용금액 60~80만원 수준으로 확대되고, 플랫폼 시너지와 함께 젊은 층의 유입이 강화되면 위협적인 존재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qhfka7187@shinailbo.co.kr